자연을 즐기며 여름을 보내다, 한여름 유둣날
지금처럼 에어컨이나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어떻게 더운 여름을 지냈을까요? 지금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맞을 수 있지만, 이도저도 없었던 옛날 조상들은 지혜롭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여름 나기를 즐겼습니다.
자연의 바람을 이용하거나 산이나 계곡에서 산수를 즐기며 더위를 식혔지요. 유둣날이라고 하여 더운 여름 중에 휴가를 정해 마음껏 더위를 날려 버리기도 했어요.
<더위야, 썩 물렀거라!>가 펼쳐진 날이 바로 유둣날이었어요. 이날은 농사 일로 바빴던 농사꾼들이나 아낙네들, 선비들까지 모두 계곡에 나가 머리를 감으며 더위를 날려버렸습니다. 산수를 만끽하고, 풍성한 과일이 많을 때라 햇과일을 나눠 먹으며 친지들끼리 모여 우애를 다지기도 했어요. 이렇게 유둣날을 시원하게 보내는 것이 일 년을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라 믿었다고 해요.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맞게 순응하며 여름날을 즐기고 마음까지 시원하게 정화하는 것이지요.
양반 VS 서민, 더위 나기 방법은 어떻게 달랐을까?
한여름의 더위는 예나 지금이나 별로 차이가 없었겠지만 더위를 피하고 식히는 방법은 사뭇 달랐어요. 특히 신분별로 피서법의 차이가 났지요.
우선 양반의 여름나기는 ‘더위 피하기’였어요. 양반들은 사랑방 옆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무더위를 달랬어요. 대나무나 왕골로 만들어 차가운 감촉을 지닌 죽부인을 옆에 끼고, 삼베 옷 속에 옷감이 살갗에 닿지 않게 하는 등거리와 등토시를 걸쳐 바람을 솔솔 통하도록 했어요. 또 부채를 이용하여 햇볕을 가리고 바람을 만들어 더위를 식혔어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양반들은 아무리 덥다고 해도 길동이처럼 훌훌 옷을 벗어 던지거나 물속에 뛰어들지 못했어요. 대신 몸과 정신을 다스려 더위를 났지요. 수반에 돌과 물을 채워 작은 호수를 만들고 석창포를 심어 마음을 시원하게 달래기도 했고, 발을 물에 담그고 시를 읊으며 산수를 즐기는 탁족회를 갖기도 했어요. 탁족회는 산간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