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서문 역사를 반성하는 주체의 구도(構圖
서문 냉전, 동아시아 국민국가 시스템의 ‘고향’을 생각한다
옮긴이 서문 동아시아의 지평에서 ‘냉전/열전’을 바라보다
1장 다케우치 요시미와 ‘적대’사상
전제 1 일본의 ‘독립’?
전제 2 국민문학?
‘적대’의 사고
결단의 실패를 참고 견디는 일
2장 그 전쟁, 이 전쟁
전쟁과 ‘현실’의 생산
‘바다’라는 메타포
‘육지’의 침식
중국혁명의 글로벌화
‘기아’의 리얼리즘
3장 육체의 자장
냉전의 포지션, 혹은 ‘육체’의 과오
60년대의 잠재적 방향 : 스즈키 세이준의 양의성
전후와 ‘타락한 여인’
동아시아 냉전에서의 ‘육체’의 행방
4장 회귀하는 아시아, 여백의 아시아
‘아시아’ 회귀?
60년대 혹은 다케우치 요시미
냉전, 기억, 고도성장
냉전, 노스탤지어, 신식민주의
‘일본의 장소’란 무엇인가?
5장 한국전쟁이라는 겁화
한국전쟁에 대한 대응
한국전쟁을 둘러싼 투쟁
한국전쟁과 ‘일본’
두 개의 공간
두 개의 시간
6장 불타는 오키나와
‘류큐제도’의 일체성
미국과 오키나와
아시아와 오키나와
위기에 처한 현재
7장 포로/귀환의 자장
부두의 어머니
전후의 ‘이야기’
‘억류자’의 ‘이야기’와 반(反스탈린주의
종교적으로 체험된 ‘억류’
8장 대척공간으로서의 아시아
전쟁중의 에너지, 혹은 50년대
한국전쟁하의 서클운동
55년이라는 분
망각의 속도의 맞서는 성찰의 기획
“냉전, 동아시아 국민국가 시스템의 ‘고향’을 생각한다”
동아시아의 냉전체제를 확정한 사건이었던 한국전쟁은 미국에서는 보통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 불린다. 지구상에서 북한의 핵 실험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에서조차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을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한국전쟁이란 동아시아의 몇몇 이웃 나라들이 겪은 사건, 냉전은 그나마도 세계화(globalization의 거대한 해일 앞에서 어느새 빛이 바랜 시사용어일 뿐이다. 그러나 비판적 문화연구자인 마루카와 데쓰시(丸川哲史에 의하면,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민국가들의 기원이라는 의미에서 냉전은 부인할 수 없는 ‘현재적 고향’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에게 냉전이라는 역사적 시간대의 입구도, 출구도 이처럼 모호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로는 동아시아 냉전의 한복판을 살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았거나 못했던 일은 또한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 1945년 이후 일본의 영화와 문학이 한국전쟁과 동아시아의 냉전을 어떻게 기억하고, 또한 망각하고 있는지 이야기한다. 비판적 시각을 가진 일본책들이 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와 관련하여 식민(지의 역사, 문화에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전전의 일본 역사를 의식하면서도 이를 전후와 냉전이라는 현재적 경험에 본격적으로 연관시키려는 드문 시도이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것은 한국전쟁이 이 책에서 차지하는 질적인 중량감 때문이다. 이 전쟁이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휴전상태라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북한의 향후 정치ㆍ군사적 행보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전역의 ‘현재’ 혹은 ‘미래’ 진행형 아젠다일 수밖에 없다. 이 불안정성의 근간이 되는 것은 바로 현재 동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다름 아닌 동아시아 냉전에 의해 만들어진 냉전국가군 시스템이라는 사실에 연유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