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한국의 여자들이 ‘보스턴 결혼’에 대해 듣는다면……
한국은 이성애에 미쳐 있다. 온갖 미디어가 여자와 여자의 관계를 사소하게 치부하고 찢어내 남자에게 여자를 하나씩 할당하려 지나친 열정을 쏟는다. ‘어차피 결혼하면 멀어질 여자애들’이라는 세간의 전제는 얼마나 주제넘은가? 이성애 중심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사랑과 성욕은 모두 남성을 기준으로 정의된다. 사랑하는 연인의 대표 이미지는 여자와 남자 커플이고, 여남 커플에서 관계 진전의 주도권을 쥐도록 훈련된 것은 남자이며, 커플 간 섹스의 시작과 끝의 기준은 남자의 발기와 사정이다.
이제 남자가 없다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고 배워온 연애와 관계와 섹스의 고정관념에서 남자를 뺀다면, 오로지 여자의 욕망이 사랑의 기준이라면 여자들은 어떤 관계를 만들까? 이 책은 19세기 보스턴에서 결혼하지 않고 함께 살았던 여자들을 이르던 ‘보스턴 결혼’이라는 용어를 동시대 여자들의 관계를 사유하는 한 참조로서 되찾아오려는 기획이다. 책은 크게 문제 제기, 학술적 탐구, 다양한 커플의 현실 연애 이야기 그리고 출간 전 원고를 미리 읽은 이들의 반응으로 구성되었다. 친애하는 여자들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21세기 한국의 여자들이 ‘보스턴 결혼’에 대해 듣는다면, 어떤 사랑의 가능성을 만들 수 있을까?
<책속에서>
첫문장
“이 책의 발상은 공저자 중 한 사람인 에스더가 『게이 섹스의 즐거움』을 쓴 찰스 실버스타인에게 받은 편지 한 통에서 비롯했다.”
“남자는 떠다니는 페니스로 가득 찬 방에 있는 것이 자기의 환상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섹스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는 일상이라니, 내가 아는 대다수 레즈비언의 현실에서 이보다 더 동떨어진 일이 있을까?” ―8쪽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남성에 의해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현대 성과학자들은 성적 지향을 생식기 결합으로 증명하기를 요구하려고 든다.” ―12쪽
“19세기에는 그저 평범하고 적절한 행동이자 애정 표현으로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