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유로운 빨간 장화니까
아이의 작은 발이 쏙 들어오면 빨간 장화는 강아지와 함께 길을 나섭니다. 빨간 장화는 매일 아침 풀숲을 걷습니다. 닭장에도 가고, 고구마 밭에도 가고, 밤나무 아래에서 밤을 까기도 합니다. 혼자서도 못 가는 데가 없습니다. 아침 이슬에 젖어도 괜찮고, 가끔 뱀을 만나는 것도, 흙투성이가 되는 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냄새 나는 닭똥을 밟아도, 뾰족한 밤 가시에 찔려도 문제없습니다. 빨간 장화가 있으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칠까 젖을까 더러워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으니 더 씩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빨간 장화가 무엇보다 좋아하는 건 비 오는 날입니다. 친구들과 갯벌에 가서 신나게 놀다가 더러워져도, 물웅덩이에 풍덩 빠져도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면 깨끗해지니까요.
“난 자유로운 빨간 장화니까.”
이렇게 말하는 빨간 장화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런 자기 자신을 좋아합니다. 자기 스스로를 믿고 긍정하는 마음, 빨간 장화는 자존감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 줍니다.
신나게 놀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산을 든 엄마의 모습이 모입니다. 세상 무서운 것 없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은 돌아왔을 때 따뜻하게 맞아주는 집이 있어서겠지요.
온 세상을 돌아다니느라 더러워지고 흠뻑 젖은 빨간 장화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뒤집어서 말리면 그만입니다. 햇빛에 바싹 마른 빨간 장화는 다시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밖에 나가서 신나게 놀고, 힘들 땐 그냥 누워서 쉬고, 다시 힘을 내서 즐겁게 노는 일. 빨간 장화와 아이에게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그렇게 신나게 걷고 노는 사이에 아이는 훌쩍 자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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