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면서
1부 쉼
산山과 에레모스 / 영적 바이러스 / 마리아의 얼굴 / 어둠에서 빛으로 / 수평선상의 사랑 / 믿음의 근거 / 날마다 죽는 삶 / 십자가 / 로마 총독 빌라도 / 예수 앞에 솔직함 / 기다림의 신앙 / 나를 사로잡은 말씀 / 감사절인데 / 내어주는 계절 / 남부럽지 않은 삶 / 영적 욕구 / ‘그러므로’라고 하는 접속사 / 아담은 모든 사람입니다 / 교회의 껍질과 알맹이 / 좋은 질문 / 하나님은 말씀입니다 / 그때 그 마구간 / 죄 / 시간에 대하여 / 기억
2부 숨
사도행전 / 코이노니아와 선교 / 충만의 안과 밖 / 다른 방언 / 안식일에서 부활일로 / 작은 교회론 / ‘예수’라는 이름 / 뜻이 담긴 돌 / 보는 일과 듣는 일 / 경외심 / 사랑의 의술 / 교회의 문제 / 반감의 또 다른 모습 / 예언자와 대중 / 제자입니까? / 참이란 말 / 세례 / 하나님 체험 / 영적 산파 두 사람 /?돛과 닻 / 나를 잡아준 사람 / 환대의 공동체 / 환상 / 예루살렘에서 안디옥으로 / 등 뒤로 나있는 문 / 바나바와 바울 / 교회개혁주일 / 복음과 땅끝 / 비움과 채움 / 과거 돌아보기 / 되돌아온 그 자리 / 다시 세우는 사람들 / 닫힌 공동체와 열린 공동체 / 디모데 / 성령을 믿습니까? / 돈과 복음 / 따뜻함과 부드러움 / 참과 거짓 / 패러독스와 믿음 / 생업과 주업 / 집으로 / 거리두기와 공동체성 / 아볼로 / 성령과 사랑 / 담대함 / 말씀하시는 하나님 / 잠을 깨우는 사람 / 헤어질 때 하는 말 / 만남 /?누룩 / 출발지, 목적지, 중심지
3부 섬
섬 / 예수의 평화헌장 / 누가 멈추게 할 수 있을까? / 하나님 앞에서 / 본향 / 내 마음의 뜨락 / 사계절에 따른 영성 / 하산下山의 영성 / 동방정교의 영성 / 밭고랑 / 관용, 포용, 용서 / 차원이 다른 신앙 / 제3의 길 / 계절의 경계선 / 농, 천하지본 / 계산무진谿山無盡 / 세연정洗然亭 / 화해와 평화의 정당 / 비색의 영성 / 가을의
사진과 글로 남은 기도
항상 자연을 관찰하며 그 속에 깃든 삶과 죽음을 응시해온 저자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풍경이나 일상적인 물건들 속에 깃든 말씀을 발견해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 나뭇가지를 깎다가, 밭고랑을 다듬다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노을과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에서도 문득 하나님의 말씀을 떠올리는 저자에게는 이때야말로 ‘듣기’가 새삼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눈은 감아버리면 보는 것을 중단할 수 있지만, 귀는 의지와 무관하게 항상 열려있다. 그러므로 언제든 불시에 들려오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귀를 훈련하는 것이 기도이며, 그것이 또한 제자된 도리라는 것이다.
“성경은 ‘믿음이 들음에서 생긴다’(롬 10:17라고 말하며, 이 들음을 위해 우리는 기도합니다. 기도는 하나님이 사람의 말을 듣고, 또 사람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일입니다. …듣기 위해서, 세미한 음성을 더 잘 알아듣기 위해서 두 눈을 감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는 일을 멈출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음성이 들립니다. ‘들음’이라기보다는 ‘들림’이라 할 것입니다.”(p.81
보는 것과 듣는 것이라는 감각을 통해 일상의 모든 것에서 하나님을 발견해내려는 저자의 노력은 이 책에서 보듯이 사진과 글로 확장되고 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하나님을 만나기 원하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은 역설적으로 여백이 많은 글과 사진으로 정제되어 드러난다. 평범한 이야기와 일상적인 사진이 남기는 잔잔한 여운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일상적으로 말씀을 묵상하는 어느 목회자의 짧은 설교집이라고도 할 수 있고, 자연과 노동 속에서 쉬지 않고 하나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는 어느 구도자의 기록이기도 하다. 어느 페이지를 펼친다고 해도 그가 마주한 영감 속에서 무소부재無所不在하신 그분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물러나, 숨을 가다듬고, 다시 나서다
저자가 설립한 가락재 영성원에서는 ‘쉄의 영성’을 표방하고 있다. ‘영(spirit’을 뜻하는 히브리어 ‘루아흐rua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