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빠빠라기의 몸 가리기, 그리고 다양한 몸 가리개와 잠자리에 관하여
돌 상자, 돌 틈, 돌 섬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것들에 관하여
동그란 쇠붙이와 값진 종이에 대하여
많은 물건이 빠빠라기를 가난하게 만든다
빠빠라기는 시간이 없다
빠빠라기는 하느님을 가난하게 만들었다
위대한 정신은 기계보다 강하다
빠빠라기의 직업과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빠빠라기에 관하여
거짓된 삶의 공간과 종이 묶음에 관하여
생각이라는 큰 병
빠빠라기는 우리를 자신들의 어둠 속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옮긴이의 글
유럽 문명을 비판하는 남태평양 섬마을 추장의 목소리, 《빠빠라기》 새롭게 출간!
남태평양의 섬마을 추장의 문명 비판서, 《빠빠라기》가 새롭게 출간되었습니다. ‘빠빠라기’는 백인을 가리키는 사모아 어입니다. 빠빠라기가 살아가는 유럽 문명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남태평양의 섬마을 추장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은 1920년에 독일에서 처음 출간되어 수많은 언어로 번역?출간되어 왔습니다. 009년, 여름산에서 펴내는 《빠빠라기》는 꼼꼼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고전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충실히 살리는 동시에, 내용을 독창적으로 표현한 삽화를 배치하는 등 청소년들의 감각에 맞도록 책을 새로이 꾸몄습니다. 이 책은 출간된 지 몇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서양 문명의 틀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반성할 수 있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입니다.
남태평양의 섬마을 추장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꿰뚫어 본 문명 비판서!
《빠빠라기》는 독일의 에리히 쇼이어만이 남태평양의 사모아 군도로 이민을 다녀온 뒤, 티아베아 섬마을의 추장 투이아비의 연설문을 엮어 출간된 책입니다. 투이아비 추장은 놀랄 만큼 날카로운 눈으로 옷, 집, 돈, 물건, 시간, 기계, 직업, 교육, 생각 등 서양 문명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에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왔던 존재들을 투이아비는 가차 없이 비판합니다. 투이아비는 몸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않고 갑갑하게 감싸는 옷을 ‘껍질’이라고 칭하며, 답답한 집을 ‘돌 상자’라고 표현합니다. 그가 바라보는 빠빠라기는 ‘동그란 쇠붙이와 값진 종이’(돈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시간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혀 있으며, ‘내 것’에 대해 집착하고, 기계에 둘러싸여 있고, 직업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찾지 못합니다. ‘거짓된 삶의 공간’(영화관에 찾아가고 ‘종이 묶음’(신문과 책에 파묻혀 살며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신을 부정하고, 오만함과 탐욕에 가득 차 있는 등 문명에 얽매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