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세네갈의 눈 - Dear 그림책 (양장
저자 아르투르스크리아빈
출판사 사계절출판사
출판일 2021-08-27
정가 12,000원
ISBN 9791160947519
수량
엄마의 감정을 좇아 엄마를 그리다
기억의 단편으로 완성된 흐린 회상
이파리와 눈발이 흩날리는 길을 가는 단발머리 여인. 표지의 풍경만큼이나 아련한 시의 주인공인 엄마입니다. 책장을 넘기면 세월이 묻어난 일러스트가 하나둘 놓여지고, 나의 어릴 적 회상이 담담히 시작됩니다. 세네갈에 눈이 내렸던 사건 뒤로 엄마의 노래가 떠오릅니다. 눈의 잔상과 함께 엄마를 둘러싼 기억의 파편이 모입니다. 어린 날의 순수한 시선에서 엄마의 여린 면모와 강인한 면모가 겹쳐지며 회상은 깊어만 갑니다. 기억이란 것이 그렇듯 진짜인 것과 가짜인 것이 잘 구분되지 않고 여담의 여담 같은 이야기가 아리송하게 이어지지요. 팔월의 눈꽃에서부터 사랑과 이별, 소생과 죽음이 짐작되는 긴 회상은 엄마의 메아리와 동행합니다. 가지런한 배경에 나지막한 어조로 그려졌으나 화자가 애타게 되짚어 읊조린 기억임이 느껴집니다. 엄마의 감정으로 기억한 지난날, 그리 아름다운 시간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아득한 노랫소리에서 느꼈던 외로움은 그 음성을 붙드는 그리움으로 바뀌고, 그렇게 추억 한 권이 덮입니다.

요안나 콘세이요가 그린 생경한 기억의 풍경
그림의 언어로 확장되는 회상
요안나 콘세이요는 이 시의 정경을 세피아 톤 위에 색연필로 부드럽게 그려 냈습니다. 기억의 깊이에 따라 또렷한 색채와 어스름한 무채색이 교차되고, 독백의 호흡에 따라 여백과 빽빽함이 드나듭니다. 작가만의 단정하고 풍부한 일러스트는 또 한 편의 소리 없는 시가 됩니다.
그림의 이야기는 엄마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됩니다. 꽃다운 나이, 애틋한 호시절, 간직하던 물건 등, 작가는 엄마라는 여성의 과거와 연관된 이미지를 섬세하게 재현하여 끼워 넣습니다. 세네갈에 눈이 내린 날, 울고 있는 엄마를 관찰하며 아이가 느꼈을 결핍과 불안은 광활한 자연에 가려지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은유 속에서도 그때의 서늘한 감정은 푸른빛으로 연출됩니다. 이따금 이질적으로 보이는 그림의 배치는 부분적으로 망각된 회상의 흐름을 잘 표현하지요. 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