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장가가고 싶네
농구공
오 단 서랍장으로 바꾸어야겠다
자두나무 아래서
다행이다
흙을 요리하다
부력
팔뚝 살
명찰 검사
장가가고 싶네
심야 자습을 마치고
삼선쓰레빠
피에로
쥐똥나무의 질투
잘못된 상담
손톱인권위원회
제2부 수학에 대한 변명
비겁하다 반칙이다
화장실에 앉아
가로수 그늘 아래서
대명동 소피스트
헤겔의 휴일
왼발을 위한 세레나데
주먹
지각대장 한스의 거짓말
할머니와 함께 춤을
구개음화를 배우는 시간
『무소유』를 읽는 시간
못다 핀 꽃 한 송이
수학에 대한 변명
무임승차
제3부 라면을 끓이며
꽃밭에서
심폐 소생술
태양의 시간
로봇 고양이 학교
자전거를 타고
낡은 지우개의 변신
라면을 끓이며
삼청동 식빵집 실습생
음악, 어막
발걸음 소리
정시 정식
종의 절멸에 대한 종의 기원
나팔꽃 편지
냉전
제4부 너의 목소리가 보여
이것도 사랑일까
능소화
엉겅퀴꽃
너의 목소리가 보여
거울
돈키호테처럼
콧물
문법 시간
연극이 끝난 뒤
목발놀이
우리들의 사소한 식습관
경주에서 자전거를 타다
노란 우산과 날아오르다
눈사람
해설
시인의 말
“한 개의 답만이 정답이 아닌 길을 찾겠다.”
청소년기, 그 엇나가는 시간을 다독일 청소년시집
『그 아이에게 물었다』는 뜨겁고도 엇나가는 청소년들의 시간을 담고 있다. 시인은 그 어긋남의 시간을 ‘나’와 나, ‘나’와 ‘너’,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다양한 대화를 중심으로 담아낸다. 그런데 이 대화들은 뚜렷한 답이 없고 이렇다 할 끝도 없다. 그저 너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옳은지 다시 생각해 볼 수 있게 거듭 쉼표를 찍는다. 하나의 답으로 수렴되지 않는 이 시들은 빗나가고 엇나가고만 싶은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줄 것이다. 한상권 시인의 『그 아이에게 물었다』는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 열두 번째 권이기도 하다.
“나는 뛰어오를 거야, 너와 함께 그 어떤 것도 반짝이는 지금!”
묻고, 꿈꾸고, 생각의 기둥을 세우는 빛나는 순간을 담은 청소년시집
한상권 시인은 시인이자 교사로서 오랜 시간을 청소년들과 함께했다. 시인은 아이들이 개구리가 ‘팔딱!’ 뛰어오르듯 어느 순간 비약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래서 입을 꾹 다문 채 생각의 미로에 빠져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올 때면 먼저 다가가 ‘그 아이에게 묻는다’. 그 물음이 자극이 되어 아이들이 제 방향을 찾아 튀어오를 때만큼 반짝이는 순간이 또 있을까. 이 시집에 담긴 57편의 청소년시는 제 나름의 길을 찾아 도움닫기 중인 청소년들에게 크고 작은 발 구름판이 되어 줄 것이다.
“모든 질문 때문에 너의 길이 열리겠다.”
질문과 질문 사이, 너와 나의 길을 묻는 청소년시
이 시집에는 대화가 자주 등장한다. 내가 ‘나’ 자신과 나누는 대화, 내가 친구와 나누는 대화, 스승과 제자가 나누는 대화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이 대화는 동문서답처럼 자꾸 주제에서 비껴 나고, 한 개의 정답만을 강요하지 않는다. “예외 규정이 많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