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가끔은 우동에게 미안하다
손톱을 깎으며
손톱을 깎은 다음에
목 놓아 외치니 사춘기가 지나더라
개 짖는 밤 오줌을 누며
술 취한 낭독자
비가 온다
봄날의 오리
시원하게 등 긁기
야수파의 붓질
수업 시간에 소설책 읽기
1등급 대화
비속어 감염
가끔은 우동에게 미안하다
치킨과 통닭
석고는 한번 붙여 봐야지
짬뽕과 짜장 사이
제2부 마음이 따뜻해진 한마디
편지를 받다
답장을 하다
마음이 따뜻해진 한마디
교실에서 참새와 사흘 동안
빛의 속도
시옷
엉덩이와 공
18세
둘 다 땡땡이
폼 잡고 삭발
가방은 대체로 비어 있다
아저씨 화법
옥상에서 겨울잠
눈물의 호우주의보
재활용품 감상평
제3부 여름에 자는 겨울잠
벽
산책길 졸음
여름에 자는 겨울잠
깨진 유리창을 보다
오줌보 터지기 직전까지 잠
이별 연습
양배추와 행주
새벽 3시의 거실
젖은 김밥과 마른 김밥
축구공은 무죄
포카리스웨트 마시는 법
여름 선풍기
가을 선풍기
준비만 3년째
앨범을 들추며
제4부 면접시험 보러 가는 날
시간차 공격
채우니 비우더라
구멍가게에 가는 이유
가습기 살균제
10년째 청소 중
눈 오는 날
핏빛 면도하기
비빔밥
미장원과 이발소
감나무의 표정
친구들
동행
면접시험 보러 가는 날
영국에서 축구 구경
가불 청년
2014년 4월 16일
발문
시인의 말
“내 고딩 시절이 아빠의 시가 될 줄 몰랐다”
고등학생 아들과 아빠의 일상을 담은 유쾌한 청소년시집
『나는 고딩 아빠다』는 고등학생 아들과 아빠의 현실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시집이다. 시인은 청소년기 아들을 지켜본 경험과 아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시로 옮겼다. 시에 등장하는 소재와 이야기 대부분은 아들의 실제 생활이고, 아들 또래들의 이야기다. 아빠는 아들에게 맛있고 자극적으로, 불량 식품처럼 다가간다. 아빠는 아들과 온몸을 조이며 레슬링을 하고 낄낄대기도 하지만, 아들의 땡땡이를 응원하는가 하면 잠든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기도 한다. 탄력 잃은 공처럼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자신을 조용히 바라봐 주는 부모의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정덕재 시인의 『나는 고딩 아빠다』는 2015년부터 꾸준히 출간된 청소년시 시리즈 ‘창비청소년시선’ 열한 번째 권이기도 하다.
“열아홉 살 아이와 눈을 마주한다.”
아빠와 아들이 서로를 쓰다듬는 응원가
시인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는 아들을 차에 실어 교문 앞에 내려 줄 때마다 아들의 생활에 한 발짝씩 다가갔다. 아들의 고등학교 생활, 아들과 나눴던 시시콜콜한 대화, 아들에게 들은 친구들 이야기는 그렇게 시가 되었다.
『나는 고딩 아빠다』에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고딩을 보는 아빠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시가 많다. 그 솔직함 때문에 이 시집은 마치 ‘청소년 관찰 일지’를 보는 것 같다. 행간에 숨은 관찰자의 나지막한 탄식과 불만, 걱정은 덤이다. 청소년과 부모 모두 각자의 마음으로 함께 읽을 수 있는 시집인 셈이다. 한편, 이 시집의 마지막에는 시인의 아들이 쓴 발문이 있다. 자기 이야기를 쓴 아빠의 시를 읽은 아들의 가감 없는 평은 이 시집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아빠는 나에게 불량 식품 같은 느낌이다.”
고딩 아들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