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_ 프롤로그
난생처음 나는 엄마로, 너는 자식으로_ 한 살에서 두 살
느려도 너처럼 크는구나_ 세 살
우리의 다정함을 한없이 끌어내 주는 사람_ 네 살
나만의 방, 모든 것이 충분한 하루_ 다섯 살
내가 모르는 너의 시간_ 여섯 살
일곱 살은 근사하다_ 일곱 살
네 몫이다, 김보민_ 여덟 살
바람과 햇살_ 에필로그
모든 게 걱정인 엄마, 그럼에도 자라는 아이
우리 아기는 한 달 먼저 태어나서 다른 아이들보다 몸도 작고 발달도 늦은 편이다. 이제 겨우 두 달 된 아이를 다른 아이들과 견주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동안 아이가 아플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나를 믿지 못하는 마음 때문에 힘이 들었다. (‘이미 엄마’
아이가 너무 잘 자도 걱정, 안 자고 깨어 있어도 걱정. 자는 아이도 다시 보며 엄마는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과는 달리 아이는 엄마 품에서 무사히, 무럭무럭 자란다. 열 달을 함께 사는 동안 이는 다섯 개가 나고, 몸무게는 8kg이 넘고, 낮잠은 두세 번, 수유는 대여섯 번, 불안하기만 했던 아기에 대한 숫자들이 따뜻하고 기특해지기 시작한다. 아기는 천천히, 온몸으로 자라고 있음을 보여 준다.
목을 가누고, 기어 다니고, 그러다 앉고, 서고, 말하고, 제 발로 걷고. 올 것 같지 않은 기적의 순간이 오고야 만다.
아이가 있어 만날 수 있는 세상
비 온 뒤 숲을 보러 보민이 손을 잡고 나섰다. / 흙바닥 여기저기 고인 물이 발을 붙잡는다고 깔깔 / 깨끗한 숲 바람 두 손에 담아 세수한다고 깔깔 / 얘랑 있으면 온 세상이 깔깔거린다. (‘온 세상이 깔깔’
품속에 있던 아기가 떼떼, 맘마를 웅얼거리고, 어느새 “엄마, 오늘 너무 예뻐” “아빠 (집으로 오고 있어요?” 하며 설레게 하고, 소꿉놀이로 커피도 한턱 쏘고, 생일상을 떡하니 차려 낸다. 자기가 좋아하는 백설공주랑 신데렐라는 엄마가 없어서 안됐는데, 엄마가 있어 정말 좋다고 말하는 아이 앞에서 새삼 살아 있음이 뭉클할 만큼 고마운 순간을 선물받기도 한다. 물론 때때로 안아야 사랑의 힘이 솟는다는 투정에 13kg이 넘는 아이를 안고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고, 추운 겨울밤 붕어빵을 사다 날라야 하지만 사랑이 어디 쉬운가.
우리는 서로의 봄날
버스 타려고 / 보민이 안고 서 있는데 / 옆에 있던 할머니 두 분 / 웃으며 이야기한다. / “니는 다시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