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간사―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고병권
1부―전선에 대한 질문
기념의 역사에서 질문의 역사로―87년 이후 한국 사회와 사상의 변화―이진경
역순의 혁명―혹은 폭력의 정치적 존재론과 상상력의 정치적 존재론 사이의 갈등에 대하여―데이비드 그레이버
횡단근대성, 경계적 사유, 전지구적 식민성―전지구적 자본주의를 재정의할 때, 인식론적 타자성이 갖는 함의―라몬 그로스포구엘
보장소득―다중을 위한 정치―마우리치오 랏차라토
2부―대중의 추방
홈리스, 또는 세계의 상실―사사누마 히로시
빈자의 영역―니시자와 아키히코
케어노동의 글로벌한 공급회로―도쿠나가 리사
‘대항의 장’과 ‘재생산’의 보장―가이즈마 게이코
3부 추방된 자들의 동맹
대담―프랑스 폭동, 어떻게 볼 것인가―우카이 사토시 외
성 프레카리오의 강림―이탈리아 프레카리아트 운동―이토 기미오
반권력 리좀, ‘갖지 못한 자’의 국제연대행동 모색―나스비 「
저·역자 소개
<질문에 대해 질문하라, 질문을 통해 행동하라>
『R』 1.5호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진경은 한국 사회의 변화를 되짚어가면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과거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리고 사회에 질문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 준다(「기념의 역사에서 질문의 역사로」, 12쪽. 1980년대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진보진영은 맑스-레닌주의의 지반 위에서 혁명의 대상과 주체에 대한 질문을 던졌고, 대답은 각자 달랐지만 모두가 그 질문의 틀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적 민주화가 진행되고 난 후,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은 변화를 겪는다. 진보진영 세력은 정당 활동과 같이 합법 공간에서의 정치를 사유했고, 그 결과 제도권 안에서 포착되지 않는 분화된 대중을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무현 정권으로 대표되는 386세대의 정치적 실패는, 이렇게 이동한 전선을 그들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아직도 한국 사회를 민주/반민주의 대립 속에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진경은 이러한 한국 진보진영의 한계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새로운 정치의 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대중들이 배제되는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통해 행동하는 것이다. 이진경은 배제를 통해 주변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진보진영은 대중들을 ‘계급’, ‘민중’으로 일원화함으로써, 다양한 목소리를 단순화하는 한계를 범해 왔다. 이진경은 거대 담론에서 포착하지 못하는, 파편화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목소리들 사이의 횡적 연대가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배제된 자들의 연대는 이전의 운동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의 논의는 새로운 혁명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준다(「역순의 혁명」, 36쪽. “상황은 스스로 생겨나지 않는다! 여기에는 정말 엄청난 양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