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살아 있음의 감각들
살아 있음은 삶의 고정 값 같아서 시간처럼 공기처럼 매순간 깨닫기 어렵습니다. 잘 이어지던 삶이 균열을 내거나 멈추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살아 있음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평소에 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 있다는 느낌을 되찾고 싶어도 쉽지가 않습니다. 작은 방 안에서 궁리하고 생각하는 것으로는 무기력한 몸과 무감각한 마음을 새롭게 되살리기가 어렵습니다. 머리가 알려 주는 지식과 관념의 세계는 길의 방향을 보여 줄 순 있지만 몸을 일으켜 세워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것은 작지만 분명한 감각들입니다. 크고 깊은 숨을 쉬게 하는 신선한 공기, 머리를 쓸고 가는 한 줄기 바람, 눈을 감았다 뜨게 만드는 햇빛, 허기와 목마름과 졸음, 땀을 흘리고 맛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는 모든 감각들이 우리에게 매순간 살아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이 신호를 느끼고 따라가다 보면 삶은 환기되고 길은 다시 열립니다. 진공에 가까운 온라인 속의 일상, 대면과 접촉마저 금지되어 가는 고립의 세상에서 둔해지고 메말라 버린 생의 감각을 깨우기 위해 이 책은 우리를 총천연색 숲으로 이끌고 갑니다.
계절의 고단함 속에서도
나무들은 자란다
정보와 데이터의 시대에 지식을 가르쳐 주는 곳은 많습니다. 그렇다면 감각을 깨우쳐 주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자연입니다. 그중에서도 나무들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감각의 선생님들입니다. 나무는 공기를 내뿜고 바람에 일렁이며 쏴아 소리를 내고 햇빛에 반짝입니다.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순간도 쉬지 않고 살아 움직입니다. 나무들의 섬세한 변화를 보며 우리는 시간을 느끼고 생명을 체험합니다. 계절은 혹독하고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계절을 버텨 내는 나무들은 자주 고단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계절에 대거리하는 법이 없습니다. 봄에는 봄 나무가 되고 여름에는 여름 나무가 되고 가을에는 가을 나무, 겨울에는 겨울나무로 기꺼이 자신을 변모시킵니다. 묵묵히 변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