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의 밤(1984년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레미: 난 당신이랑 외출하는 게 싫다고 말한 적 없어. 당신이 어지간한 시간에만 돌아온다면!
루이즈: 당신에겐 아니겠지만, 나한텐 그게 딱 ‘어지간한’ 시간이야. 난 내일 하루 종일 잘 거야. 당신은 테니스 치러 나갈 거잖아. 난 그런 당신을 이해해. 그러니 당신도 날 좀 이해하려고 해봐.
레미: (목소리를 높이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해. 내가 가서 나랑 같이 정상적인 시간에 돌아오든가, 아님 난 안 갈 테니 당신이 알아서 집으로 돌아와.
루이즈: 가서 잠깐 있다가 당신 혼자 집에 오면 되잖아. 아주 간단한 일이라고. ㅡ본문에서
루이즈: 아니. 사는 건 못 할 것 같아. 자연이 싫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시골에 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불안해져.
옥타브: 아침이 특히 그렇지. 아침 햇살이 비추면서 들판의 안개가 서서히 걷히는 장면은 정말 섬뜩하다니까!
루이즈: 한낮의 정적도. 들리는 건 말벌이 윙윙대는 소리뿐이지.
옥타브: 그리고 저녁의 적막까지! 이곳은 날 불안하게 하지 않아. 공기는 나쁘지만 숨을 쉴 수 있지. 시골은 공기는 좋지만 숨이 막혀. 난 내가 ‘중심’에 있다는 느낌이 필요해. 도시의 중심 말야. 이 도시는 나라의 중심이고, 또 이 나라는 어떻게 보면 세계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지. 예전에 나 오를레앙에서 잠시 교사 일을 했었잖아. 그때 그곳에다 방을 하나 얻을 수도 있었거든. 하지만 난 고생스럽게도 매일 저녁 한 시간씩 기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는 편을 택했지. 그렇게 돌아와서 뭘 했냐고? 보통은 그냥 집에 있었어. 책을 읽거나 라디오를 들었지. 기껏 힘들게 파리로 돌아와서 한 게 라디오 청취였다니까!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거리엔 사람들이 북적이고, 영화관과 레스토랑이 즐비하다는 걸. 또 매혹적인 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북적이는 거리엔 수많은 가능성이 넘쳐흐르고 있었지. 바로 발밑에 말이야. 난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 거고… 잠깐만! 적어두고 싶은 문장이 떠올랐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