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중에서
2020년 2월 말, 62년 된 카바레가 갑자기 문을 닫았다.
1년쯤 취재하면서 여기서 벌어진 여러 이벤트를 거의 다 찍었다. 여름이 되면 수박 쪼개기 게임을 하는데, 작년 여름에는 전시회와 겹쳐서 우물쭈물하다가 못 찍었다. 올여름에 꼭 찍어야지 했는데, 가게가 문을 닫아버렸다. 이 책에 수박 깨는 사진을 넣지 못해 참 아쉽다. 역시 사진은 찍을 수 있을 때 찍어야 한다. 다음에 찍지 뭐, 그러다 보면 꼭 이런 일이 생긴다. 오래 하다 보면 찍을 때 대충 안다. 이 사진은 표지, 이건 첫 페이지, 이건 저거 옆에 넣고... 다 지난 일이지만, 지금 몹시 후회하고 있다. 표지로 쓰려고 했는데. 못 찍었지만 어땠을지 상상으로 안다.
영업 마지막 날 요시다 상이 남긴 말.
“동경의 마지막 카바레가 조용히 막을 내린다. 꿈도 희망도 사랑도 눈물도 샴페인 글라스 거품과 함께 사라진다. 쓴맛도 단맛도 술과 함께 마셔버리고, 이별도 가지가지. 만남이 이별의 시작이요, 이별이 만남의 시작이라고 누군가는 말하지만, 슬픈 이별이라 말하지 마오.”
네온 생활 62년, 여기서 막을 내리는 남자의 미학.
요시다 야스히로, 8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