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형 축산은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면역학적 ‘방화벽’을 걷어낸 것과 다름 없다
그런데 공장형 축산이 코로나19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일까? 롭 월러스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이주’ 현상이다. 야생지역이 파괴된 결과 많은 야생종이 자취를 감췄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들도 있는데 박쥐, 거위, 천산갑, 쥐 등이 그런 사례다. 이들을 숙주로 삼은 병원균이 오랜 서식지를 넘어 야생동물에게서 가축과 인간의 세상으로 넘쳐난(스필오버 결과 종간 감염이 빈번해지고 병원체가 다양해졌다. 그 뒤에는 거대 농축산업이 있다.
저자는 유전자 단계부터 사료 선정, 생장, 운반까지 단기간 안에 이윤을 극대화한 공장형 축산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면역학적 ‘방화벽’을 걷어낸 것과 다름없을 뿐만 아니라 공장형 축산에서 가축을 키우는 방식이 향후 수십억 명의 목숨을 빼앗을 병원체를 선택하는 과정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
예를 들어, 칠면조 1만 5천마리 또는 산란계 25만 마리를 몰아넣고 키운다. 이처럼 유전적으로 비슷한 동물들을 한군데 몰아넣으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유전적 방화벽을 없애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연 상태에서는 병원체가 다양한 면역 체계들을 뚫어야 하는데 모든 닭이 면역 체계가 똑같으면 병원체는 그 하나만 뚫으면 된다. 게다가 그토록 많은 닭을 한군데 모아놓으면 사실상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 병원체가 선별되게 된다는 것이다. 공장형 축산이 아닌 상황에서는 어떠할까? 병원체가 너무 강력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다음 숙주를 마련하기 전에 숙주가 죽어버린다. 그래서 야생의 숲에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생물들이 있어 치명률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기도 어렵고, 또 어쩌다 치명적인 병원체가 등장하더라도 연쇄적으로 숙주를 확보하는 데 곤란함이 있기에 숲을 벗어나기가 어렵다. 그러나 수많은 닭이나 돼지 등이 한곳에, 그것도 아주 높은 밀도로 모여 있으면 병원체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