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때문에 분노했던 하루,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다는 절망감으로 보낸 하루, 까닭을 알지 못해 어리둥절했던 하루는 그저 바쁜 하루, 이유 없이 귀찮은 하루에 의해 묻히고 우리는 그렇게 세월을 보낸다. 사회학은 그 다양한 하루를 이어 시대로 만든다. 사회학자는 시대가 된 시간의 더미를 파고든다. 『물음을 위한 물음』은 시대가 된 하루의 기록이자 해석이자 질문이다. 영락없이 사회학자만 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으로 인해 윤여일과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러워졌다.
― 노명우, 사회학자
물음을 위해 왜 물음이 필요한가
2010년대는 어떠한 시대인가? 2010년대는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와 달리 명명 자체가 어색할 만큼 윤곽이 그려지지 않는 시대다. 만일 통상의 정치사나 사회사가 아닌 정신사를 상정해본다면 2010년대는 사고가 퇴행하고 언어가 퇴화하는 시대였는지 모르며, 그것이 2010년대라는 시대상이 모호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후쿠시마 사태, 세월호 참사, 촛불광장,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 난민 확산, 코로나 팬데믹 등 우리가 2010년대에 접한 사회적 사건들을 두고 매스미디어에서 등장하는 논자들은 기성의 시각과 언어로써 나름의 견해들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 견해들은 서로 각축하면서도 어떤 소실점을 향해 논점들을 배치하여 사고의 범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에 따르면 사고는 자신이 아직 사고하지 않았음을 의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사고란 시차(時差를 두어 시차(視差를 만드는 정신적 영위다. 즉 어떤 사태에 직면했을 때 곧바로 반응하기보다 다른 인식의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자는 쓴다는 행위를 스스로에게 부과해 사고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여 묻고 되묻고 끈질기게 다시 묻는다. 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고민을 소재 삼아 타인과 공유할 물음을, 지금의 상황 속에서 미래를 위해 건져내야 할 물음을 도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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