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울증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1부. 나의 고통에도 이름이 있나요
1장. 엄살 ? 의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여성 환자가 대부분인 턱관절 장애 | 기-승-전-여성 호르몬 | 몸의 문제? 마음의 문제? | 미친년의 역사 | 히스테리아, 여성혐오의 역사 |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고통
2장. 진단 ? 우울증이라는 말에 먹히는 것 같아요
이해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게 존재하는 세계 | 다양한 문화권 증후군 | 지극히 미국적인 병, 우울증 | 우울증 자가검사 테스트: 21점 이상은 우울증? | 진단 하나에 다 담을 수 없는 고유한 감정들 | 병명의 힘은 크다 | 의료화? 약료화? 그게 뭐든 고통의 인정이라면 | 해방과 억압, 우리의 진단 이야기
3장. 치료 ? 우울은 병일까 병이 아닐까
우당탕탕 약의 역사 | 우울증을 팝니다 | 정신의학의 두 흐름: 역동정신의학과 생물정신의학 | 정신의학은 누구를 병리적으로 규정하는가 | “쓰기”는 치료가 될 수 있다 | 자기 몸의 전문가로서 치료에 참여하는 여자들 | 영적인 존재들
2부. 죽거나 우울하지 않고 살 수 있겠니
4장. 가족 - 엄마를 지키는 게 내 일이라고 생각했어
기억나지 않는 어릴 때부터: 우울은 생존 전략이었다 | 알아서 잘하는 착한 딸로 살다가 | 엄마를 미워하고 또 이해해 | 상처를 남기지 않는 모성애가 가능할까 | 가족 안에서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 사랑이 있는 가족은 드물다
5장. 연애 ?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제 눈에는 다 동아줄이에요 | 이게 아빤가? | 돌봄이 필요한 여자들 | 보호자 역할은 내가 해줘야 하더라고요 | 사랑은 구원이 될 수 있을까
6장. 사회 ? 가난하고 취약한 여자들에게 상어 떼처럼 달려들잖아
스스로 바라는 삶과 사회가 강요하는 삶 사이 | 9시부터 6시까지, 아플 수 없는 사람들 | 엄마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하기가 무서웠어 | 가난한 내가 자격이 있을까 | 가난 때문에 성적으로 취약해지는 여자가 너무 많아 | 성희롱은
여성의 우울은 어떻게 ‘질병’이 되었나?
세상은 누구의 고통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우리는 우선 자신의 고통부터 믿어야 한다”
‘우울증에 걸린 여성’은 오랫동안 일방적인 치료와 분석의 대상이었다. 하미나 작가는 이 오랜 일방통행의 관계에 반기를 들고, ‘우울증에 걸린 여성’으로서 ‘우울증’이라는 거대한 의학 지식이 만들어져 온 역사를 파헤친다. 모든 지식이 그러하듯,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의학 역시 특정한 사회적 맥락 안에서 만들어지고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은 우울증과 자주 동반하여 나타나는 신체형 장애의 뿌리인 ‘히스테리아’를 다시 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성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히스테리아’라는 병명의 어원은 ‘자궁’이다. 고대 이집트 고문서에서는 “마비 증세를 보이며 신체질환을 호소하거나 그 원인을 찾지 못하는 여성의 질병”을 “자궁의 굶주림”으로 진단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의 문을 연 장 마르탱 샤르코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역시 히스테리아의 원인을 탐구했지만, 그들에게 여성 환자는 연구를 위한 ‘재료’에 지나지 않았다. 이들은 여자들의 고통을 ‘믿지 않았다’.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의 1부는 정신의학의 역사에서 출발해 우울증을 진단·측정·치료하는 시스템에는 자본, 전문가 집단, 지식의 생산자였던 백인·남성들의 고정관념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는 것을 차례차례 짚는다.
그렇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일 것이라 기대되는 현대 의학은 여성의 우울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정신의학 교과서는 여성 우울증의 원인으로 ‘호르몬’을 꼽는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호르몬 변화에 따른 월경 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기분 변화도 더 심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 방식은 우울을 경험하는 여성의 구체적인 사회문화적 맥락을 지운다. 여성은 감정 관리를 잘하지 못하는 취약한 존재가 되고, 의학적 설명 외에 자신의 고통을 둘러싼 배경을 살피기 어려워진다. 하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