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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빼기의 여행
저자 송은정
출판사 걷는나무
출판일 2019-04-02
정가 13,500원
ISBN 9788901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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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 빼기의 여행 가장 느리게 목적지에 도착하는 기술 나무를 위한 여행 조금의 기대도 없이 행복해졌다 오늘 하루치의 볕과 바다와 긍정 엄마와 먹은 첫 당고 아이슬란드 미식 일지 스노우 베케이션 고양이의 산책법 2. 빼기의 마음 파리에서 혼자가 되는 법 우리의 여행이 멈추지 않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좋아하는 걸 좋아하기 간직하는 마음 3. 빼기의 하루 나에게서 온 엽서 서울의 탓이 아니라는 걸 뜸을 들이는 동안 짚고 넘어가는 자세 행복의 냄새 여행이라는 자발적 고립 언제나처럼, 조금은 다른 기분으로
어떤 포기는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지름길이다.


여행지에 발을 내딛었을 때 설렘과 함께 우리를 찾아오는 건 조급함이다. 간신히 얻어낸 휴가를 최대한 알뜰살뜰히 써야 한다는 바쁜 마음. 저자 역시 그랬다. 여행 전 ‘핫 플레이스’를 추려 구글맵에 표시해놓고 최적의 동선을 짰다. 벚꽃 성수기에 도쿄행 비행기 표를 예약해두고는 SNS에서 실시간으로 개화 상황을 확인하며 마음을 졸였다. 엄마와의 첫 해외여행에서는 식사 메뉴부터 잠자리까지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행은 매번 보기 좋게 예상을 빗나갔다. 스마트폰이 고장 나 길을 잃는가 하면, 때 아닌 강풍 탓에 벚꽃은 모두 떨어져버렸다. 숙소에서 정전이 되는 바람에 오븐에서 굽다 만 새우를 까먹어야 했던 어느 날 밤, 저자는 어딘가 ‘덜’ 완성된 하루를 향해 크게 웃고 말았다. 걱정을 걱정하고 앞당겨 불안해하던 그때 “뭐, 어쩌겠어” 하는 헐렁한 안도감이 찾아왔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떤 포기는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지만
어디로 가도 좋을 것이다.


여행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는 ‘카버의 법칙’을 떠올리며 여유를 부려본다. 카버의 법칙이란 “날마다 자신이 가진 가장 좋은 것을 다 써버리고서 더 좋은 것이 생기리라” 믿은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의 일상 습관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주어진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오직 나무만을 위해 쓰기로 다짐한 건 그래서였다. 한정된 시간의 일부를 온전히 나무에게 내어주는 넉넉함이 좋았다. 공원에서 유유자적 나무를 보고, 시내 중심가를 하릴없이 걸었다.
2박 4일 동안의 사이판 여행에서는 ‘해수욕이라도 즐겨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뒤로 하고 야자수 아래 누워 낮잠을 즐겼다. 나무 한 그루를 소유한 듯한 호사스러움은 뜻밖의 덤.
빠듯하게 돈을 모아 떠난 파리에서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