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에 관한 모든 상식이 뒤집힌다!
세계적인 젊은 공룡학자가 되살려낸 진짜 ‘쥬라기 공원’
움직이지 마! 그럼 우리를 볼 수 없어.(Don’t move! She can’t see us if we don’t move.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입을 간신히 틀어막고 숨을 죽인다. 쿵.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목표물을 향해 한 발 더 내딛는다. 50여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늘어선 입가가 시야를 메운다. T. 렉스는 광기가 서려 있는 노란 눈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주둥이 끝으로 주변을 훑는다. 갑자기 내뿜은 콧김에 카우보이모자는 힘없이 날아간다.
1993년에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이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것은 가만히 앉아 고기반찬이 되기를 자초하는 일이다. 2000년대 들어 T. 렉스는 높은 시력, 날카로운 청각, 예민한 후각을 가졌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말로 T. 렉스와 만나게 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재빨리 도망치는 게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이다.
어린 시절 책과 만화, 영화를 통해 만났던 공룡이 달라지고 있다. 눈앞에 있는 사냥감도 인식하지 못하는 티라노사우루스는 알고 보니 높은 지능과 뛰어난 감각을 지닌 살육 기계였고, 권좌 위에서 고독을 즐기기보다는 여럿이 떼 지어 다니며 게걸스럽게 살코기를 난도질하는 걸 선호했다. 착하고 점잖은 초식동물로 알려진 트리케라톱스는 티라노사우루스의 진정한 호적수로 중생대 호숫가와 강변에서 끊임없이 혈투를 치렀다. 날렵한 포식자로 그려진 벨로키랍토르(벨로시랩터는 사실 깃털과 날개가 있지만 날지는 못하는 새에 가까웠으며, 이와 비슷한 깃털 공룡들과 수많은 원시 조류들이 익룡과 함께 백악기 말 하늘을 점유하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사막부터 알래스카의 불모지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집된 새로운 증거들은 지난 10년간 공룡에 관한 지식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았다. 그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15종이 넘는 신종 공룡을 기술해온 세계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