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모두의 혼자
001 Vacantly _ Arkitek
010 At The Room _ 최나랑
018 Artificial Tears _ Evelyn Bencicova
040 나와의 채팅 _ 유계영
044 Solitude Place _ Lucas Zimmermann
054 Separation _ Laura Pannack
062 홀로,나와 함께 _ 김정선
068 요리인의 고독 _ 박찬일
072 Tokyo Taxi _ Dan Sully
082 Cartographies _ Louis De Belle
090 아무도 몰랐다 _ 김인정
094 Recruit _ Hiroshi Okamoto
110 It Felt Safe Here _ Maika Elan
118 백일몽 안의 괴물 _ 김현호
126 나는 울라이다 _ 김신식
134 There Are Two Me _ Izumi Miyazaki
144 Camouflage _ Cherine Fahd
152 Pics Or It Didn‘t Happen _ Arvida Bystrom
160 꿈속의 파티: ‘혼자’를 쓰는 책읽기 _ 최원호
173 오늘밤 여기서 오직 하루 만을 위한 작업물을 들고《Zine Night》에 갔다 _ 박의령
186 Danchi _ Cody Ellingham
194 Restricted Areas _ Danila Tkachenko
205 [스톱-모션] 얼굴 중의 얼굴, 강상우의《김군》_ 유운성
210 [화면 조정 시간] 김익현, 시차 속에서의 사진 _ 윤원화
224 [사진집 아나토미] 34년의 시간, 두 북디자이너의 김중업 _ 정병규 x 정재완
247 [도킹! 2018] 의외로 괜찮은 순간들, CDAPT 인터뷰 _ 이기원
256 [에디터스 레터] 불러본다, 생각했다 _ 박지수
이토록 서늘한 외로움, 그렇게 달콤한 고독.
사진 속에서 모두, 혼자가 되는 일.
번잡하고 시끄러운 세상에서 혼자 가만히 셔터를 누른다는 것
사진은 어쩌면, 본질적으로 좀 고독한 행위가 아닐까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카메라의 작은 뷰파인더에 처음 눈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였을 겁니다. 그 안에는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이 있고, 작게 반짝이는 숫자와 선들이 있으며, 왠지 비현실적으로 고요하게 빛나는 작은 스크린이 있습니다.
카메라의 어둠 속에 떠오르는 세상의 모습은 눈으로 보는 것과 기묘하게 같고 또 다릅니다. 마음을 정하고 손가락을 뻗어 셔터를 누를 때, 즉 세계가 사진으로 변하는 순간에, 우리는 모두 혼자가 됩니다. 그 마지막 순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있는 한 명뿐이니까요.(스마트폰 화면을 다같이 바라보며 포즈를 취하는 우리들은, 사진의 역사에서 대단히 낯선 존재들입니다
보스토크 매거진 12호《모두의 혼자》는 사진 속에서 ‘혼자’가 되는 이들의 모습을 다룹니다. 쓸쓸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이들의 사진으로 가득 채워진 잡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진은 원래 ‘홀로, 나와 함께’ 놀기 참 좋은 장난감이거든요. 우선 이번호의 권두 화보인 사진가 ‘Arkitek’이 찍은 섬세하고 투명한 사진들이 그 좋은 예입니다. IT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인 그는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방에 놓인 사물들과 천천히 시간을 나눕니다. 그가 바라보는 텅 빈 냉장고 속의 사과 한 알, 생수 한 병은 평소와 다른 존재감으로 다가옵니다.
온라인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의 젊은 사진가 미야자키 이즈미는 자신의 얼굴 사진을 가지고 끊임없이 장난을 칩니다. 자기 눈 속에서 태연스럽게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는 자신의 얼굴이나, 양쪽으로 쩍 갈라진 자신의 얼굴, 자기 머리 위에 새가 둥지를 틀고 나비가 날아다니는 우스꽝스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