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오늘도 야근을 마치고
001 폴리 브라운(Polly Brown- Plants
012 루크 스티븐슨(Luke Stephenson- Foyer Flora & Pizza
036 장피에르 아탈(Jean-pierre Attal- Cells
050 베네데타 리스토리(Benedetta Ristori- Lay Off
064 노기훈- 달과 빛
066 장류진-구내식당 석식을 게걸스럽게 먹게 된 이유에 대하여
074 이슬아- 혼자가 되는 책상
082 김동신- 7시간을 위하여
090 김민정- 나는 ‘탐’이라는 글자의 자리에 ‘책’이라는 글자를 묻으면서 - 김민정
098 이혜진- 화양연화
108 주황- 의상을 입어라
121 김신식- 승인
130 김현호- 낮의 사무실에서 밤의 버스로
145 김희정- 1년, 개살구, 작업실
161 윌 스테이시(Will Steacy- Deadline
177 브라이언 핑크(Brian Finke- Desktop Dining
185 브루노 켕케(Bruno Quinquet- Salaryman Project
199 토마스 뉘블러(Thomas Kneubuhler- Office 2000
215 [도킹! 2018] 박지수- 아키텍처 아나토미, 권해일
225 [스톱-모션] 유운성- 도래할 것을 향한 노스탤지어
232 [사진 같은 것의 기술] 윤원화- 합성된 황혼의 시간, 차지량
242 [전시 셔틀] 이기원, 권정현, 이한범- 보여주기 / 말하기: 전시가 작동하는 방식들
"회사원은 되지 말자." 장래희망은 없었지만, 당신에게도 희망사항은 있었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남들과 똑같은 정장을 입고 남들과 똑같은 사무실에 앉아 남들과 똑같은 일을 하는 건 지겹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으니까.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지원서를 쓸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상사에게 부당한 질책을 당할 때마다, 남들과 똑같이 사직서를 썼다 지울 때마다 그 희망사항이 실현하기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당신은 알게 되었습니다. 하루를 살려면, 한 달을 꾸리려면 남들과 똑같이 생계비가 필요하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회사원이 되고 말았네." 유리 괴물처럼 거대한 오피스 빌딩으로 출근하며 당신은 별 수 없다고 스스로 위로합니다. 거대한 건물이지만 당신의 자리는 책상 하나에 불과합니다. 책상 위에는 어지간하면 죽지 않는다는 스투키 화분이 있고, 의자 밑에는 다이소에서 산 짝퉁 삼선 슬리퍼도 있습니다. 어느새 부장님 앞에서만 구사하는 사무용 말투와 표정은 점점 체화되고 맙니다. 매일 회의와 메일 답신과 전화와 컨펌으로 하루의 절반을 쓰고도 일하는 시간이 부족해 야근을 하는 것도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불 켜진 사무실에 남아 끼니를 건너뛸 때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라고 푸념하게 됩니다. 그래도 당신은 스투키의 끼니를 챙기며 화분에 물주는 것은 잊지 않았습니다. 막차 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온 당신은 거리에서 대리운전 콜을 대기하며 서성이는 사람과 컵라면 매대를 채우는 편의점 알바생에게 잠시 눈길을 줍니다. 막차에 물먹은 스펀지 같은 몸과 마음을 싣고, 집에 도착해 잠자리에 누우면 부질 없는 계산을 해봅니다. ‘이제 몇 시간 잘 수 있나?’ 왠지 억울한 기분마저 듭니다. 그래도 내일 출근을 위해 알람을 맞추는 것을 당신은 빼먹지 않습니다. 오 분 간격으로 세 번.
보스토크는 매일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는 당신의 평범한 일상 속으로 따라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