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사진 Photographs
145 세계, 표정들: 박찬욱의 사진 / 김혜리
149 World, sum of faces : photographic works of Park Chan-wook / Kim Haery
154 작가 약력
155 Biography
156 List of Works
박찬욱의 사진은 고요하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특히 <올드보이> 이후의 작품을 접한 관객은 그의 세계가 꼼꼼하고 화려한 미장센으로 이루어져 있으리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가 오랫동안 찍어 온 사진들은 영화와는 다른 시선을 보여 준다. 달리 말하면, 그의 사진은 ‘영화감독 박찬욱’이 ‘박찬욱 월드’의 일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언한다.
굳이 ‘조용히’라고 표현한 이유는, 실제로 그의 사진이 전달하는 감정의 진폭이 영화처럼 드라마틱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박찬욱의 사진은 감상자의 감각 또는 감정에 큰 충격을 주도록 연출하지 않는다. 물론 사진가 자신은 눈앞의 어떤 사물이나 풍경에 반응했기 때문에 셔터를 눌렀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물 안에 담긴 놀라움은 강렬하거나 짜릿하기보다는 부드럽고 도탑다. 의외의 장소에서 반가운 식물을 발견한 학자의 차분한 기쁨과 닮아 있다.
고요 속에서 그가 발견한 것
결국 ‘사진가 박찬욱’이 추구하는 것은 발견의 풍부한 가치이다. 풍경의 형태부터 인물의 말과 행동까지 원하는 것에 가깝게 만들 수 있는(또는 그래야만 하는 영화감독이라는 ‘전지적 시점’ 밖으로 나온 그는, 오직 세상이 자신에게 드러낸 광경 속에서 작지만 놀라운 순간을 선별해 포착한다. 그 순간들은 세상이 그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스토리를, 아이러니를 아주 잠시 드러내 보이는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널브러진 방수포가 유럽의 인물 조각과 닮아 있고, 몸을 굽힌 고양이는 추상적인 형태를 지닌 덩어리처럼 보인다. 박찬욱은 어느 순간 방수포와 고양이가 고정된 심상을 뛰어넘은 순간을, 말하자면 그들이 지은 ‘표정’을 포착한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영문 제목은 중의적이다. 여기 담긴 그의 사진들은 모두 ‘너의 표정Your Faces’에 관한 것이며, 그 표정들을 모은 책의 제목은 ‘너희의 표정Your Faces’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찬욱이라는 세계의 확장
이런 의외의 표정-순간들은 결국 박찬욱이라는 예술가를 둘러싼 고정 관념에 도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