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自序
제1부 | 봄날의 꿈
봄날의 꿈 | 《금강경》 야부송에서
생각을 생각해 보았더니 | 《금강경》 야부송에서
거울 없는 거울 | 경허선사 〈지리산 영원사〉에서
온몸으로 글 읽기 | 구양수 〈취옹정기〉에서
오뚝이 | 김시습 〈만의〉에서
풀강아지 | 《노자》에서
하나로 연결된 세상 | 두순조사 〈법신송〉에서
지극한 선 | 《대학》에서
머물 자리를 알아야 | 《대학》에서
산마루 넘는 구름처럼 | 만공선사 〈도비산 부석사에 올라〉에서
허공에 풍선껌 불기 | 만해선사 시에서
대장부란 | 《맹자》〈등문공 하〉에서
놓아주어라 | 《맹자》〈양혜왕〉에서
마음의 바탕화면 살피기 | 《맹자》 〈진심장〉에서
제2부 | 깊어가는 가을밤에
깊어가는 가을밤에 | 백거이 〈고추독야〉에서
거미줄 위에서 함께 춤을 | 백거이 〈대작〉에서
저 모습이 내 모습 | 새벽 종송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 소동파 게송에서
조용히 스쳐가는 맑은 바람처럼 | 소동파 〈전적벽부〉에서
그리운 어머니 | 신사임당 〈대관령 넘어가는 길에 친정집 바라보며〉에서
지는 꽃 바라보며 | 송한필 〈작야우〉에서
유리수에 갇힌 눈동자 | 《전등록》 〈약산장〉 이고 게송에서
공감 | 《유마경》 〈문수사리문질품〉 영역본에서
달그림자 | 《유마경》 〈관중생품〉에서
배려할 것인가, 배려받을 것인가 | 《유마경》 〈향적불품〉에서
길 잃고 산 바라보기 | 율곡 〈산중〉에서
가을비 | 이백 〈경정산에 홀로 앉아〉에서
문자로 그린 그림 | 왕유 〈서사〉에서
제3부 | 한 잔 올리오니
한 잔 올리오니 | 우집 〈한월천〉에서
사랑하는 임이여 | 이옥봉 시에서
멋들어진 한 판 | 《장자》 〈서무귀〉에서
기술 너머의 도를 터득해야 | 《장자》 〈양생주〉에서
우물 속 개구리 | 《장자》 〈추수〉에서
수성에서 물 길어다 토성에 배추 심기 | 진묵대사 시에서
봄 같지 않은 봄도 봄이다 | 정몽주 〈봄〉에서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해주었던가 | 《중용》에서
때로는 웃음으로 때로는 눈물로
온 얼굴이 범벅이 된다 해도
깨고 나면 꿈속의 일
어릴 적 사고로 오래도록 아팠다. 그런 지은이에게 안성준 선생은 ‘견로(見老’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벌써 노인처럼 보인다는 의미도 되겠지만, ‘일찌감치 어깨가 노쇠해버린 사람’이란 뜻의 견로(肩老를 살짝 비튼 것이다. 저자는 꿈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기바산인(奇婆散人’이라고도 하고 ‘하하하(下下下’라고도 불렀다.
“소동파(蘇東坡의 <전적벽부(前赤壁賦>에 ‘천지에 빌붙어 사는 하루살이 신세(寄??於天地’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를 전용해 사바세계(娑婆世界에 잠시 빌붙어 사는 별로 쓸모없는 인간이란 뜻에서 ‘기바산인’이라 하였습니다.”
“아래 ‘하(下’가 셋이면 하하하(下下下지요. 대여섯 살부터 팔순 노인의 몸뚱이로 사셨다니, 어쩔 수 없었건 스스로 선택했건 일찌감치 많은 걸 내려놓고 살았겠군요. 이것도 내려놓고, 저것도 내려놓고, 내려놓고 산다는 그 생각도 내려놓았다면 하, 하, 하지요.”
반복되면 익숙해지고 편해지는 게 세상 이치지만 고통이란 평생을 같이 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 편히 잠 한번 자보았으면 간절히 원하지만 도통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다. 저자는 불가항력의 아픔에 저항하는 몸부림처럼 그런 시간들마저 유심히 마주보았다.
“사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다 불교를 알게 되었고, 어쩌다 한문을 공부하게 되었고, 그 길에서 주운 시구(詩句 하나 게송(偈頌 한 구절에 기이하리만큼 마음이 편안해지고 통증이 가라앉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게 일회성이 아니라 반복해서 일어났으니, 아름다운 시나 경전 속 게송 한 수는 나에게 명약이요, 아픔을 함께한 둘도 없는 벗이었다.”
아무리 허사라 해도 삶은 소중하고
아무리 잠꼬대라 해도
왠지 싫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시가 무엇이길래 게송이 무엇이길래 저자에게 그토록 명약이 되었을까? 저자는 시를 두고 아픔의 절제된 표현이라 했다. 게송은 한곳에 꽂혀 옴짝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