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역사와 인류 문명사가 교차하는 ‘빅 히스토리’
“한 종으로서 우리는 지구의 모든 생물과 길고 친밀한 역사를 함께해왔다.”
인간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인간의 사상은 철학에서부터 과학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영역에서 깊고 오랜 영향을 미쳐왔다. 이러한 시각에 따라서 인간은 인류의 역사를 자연의 역사와 기꺼이 분리했고, 인간을 ‘특권을 가진 종’으로, 문명을 특별하고 창조적인 ‘인간만의 것’으로 생각해왔다.
저명한 해양 생태학자인 이 책의 저자 버트니스는 이 오래된 시각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대담하고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인류의 역사를 철저히 자연사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 책은 인류를 ‘지구의 모든 생명체들을 탄생시키고 진화시켜온 자연의 법칙에 따른 수많은 종 중의 하나’로, 문명을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해온 과정’일 뿐이라고 말한다.
자연사는 개체와 종의 분포, 생식, 죽음, 그리고 각 개체를 둘러싼 자원들과 이들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등을 모두 다루는 거대한 분야이다. 이 자연사를 렌즈로 삼아서 인류의 문명사를 살펴볼 때에는 어떤 요소들이 작용하여 진화가 일어나는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다윈이 자연선택을 주장한 이래로,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경쟁은 진화의 가장 중요한 동인(動人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진화의 과정에서 경쟁과 함께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협력’의 힘은 그동안 철저히 (심지어 과학계 내에서도 간과되어왔다. 생명체들의 협력은 생태계를 다채롭게 구성해왔을 뿐만 아니라, 세포의 등장, 인류의 탄생, 농업혁명 등 진화와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혁신들이 일어났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자는 어렸을 적부터 미국 북서부의 퓨젓 사운드 만(灣에서 온갖 생물들이 얽히고설키며 사는 모습에 매혹되었고, 경이롭도록 조화로운 생태계의 매력에 빠져 생물들의 협력을 생태학적으로 깊이 연구해왔다. 그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생한 사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