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털(phygital의 부상
‘피지털’은 ‘피지컬’(physical, 물질과 ‘디지털’(digital, 비물질을 결합하여 만든 단어이다. 오늘날 물질계와 디지털계의 공간 지각이 뒤섞인 혼합 현실이 출현하고 있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의 상품에 붙은 QR 코드로 상품 정보를 조회하는 경험들이 ‘피지털’을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로 언론에 소개된다. 이 책 『피지털 커먼즈』에서 저자 이광석이 주목한 ‘피지털’ 현상은 좀더 광범위한 사회적 의미를 띤다. 저자는 ‘피지털’계의 출현으로 인해 우리는 이제 디지털 신기술이 물질계의 지형과 자원의 배치를 좌우하는 현실을 살게 되었다고 진단한다.
플랫폼자본주의의 피지털 영향력
피지털은 우리에게 디지털 신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플랫폼 기업이 주로 디지털 기술 논리를 무기로 물질계의 지형과 자원의 배치를 좌우하는 오늘날의 닫힌 현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인 배달 플랫폼을 예로 들어보자. 배달앱의 알고리즘은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을 초 단위, 분 단위로 과도하게 통제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은 골목상권에 침투하여 자영업자들이 플랫폼에 의존하면서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서는 영업이 어렵게 만들었다. 별점 평가 시스템은 시민 갈등의 원인이 되며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존 자체에 위기를 초래했다. 피지털의 휘황찬란함과 함께 엄연히 벌어지고 있는 굴절 현상들이다. 이 책의 저자 이광석이 책의 여러 곳에서 무수한 사례를 참조하여 강조하듯이, 피지털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자본의 경우에도 콘텐츠를 창조하고 제작하는 일선 노동자들의 과중한 노동, 열악하고 위험한 노동조건에 대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은 사례를 우리 주위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우리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해왔던 호혜적 행위들을 흡수하여 이익을 낸다. “우리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