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할린(가라후토 지도
머리말
1부 가족과 살다
1장 일본, 한국, 러시아 세 나라로 확대된 생활 공간
2장 전후 사할린에서 살게 된 어머니와 귀국 3세 손녀의 정체성
3장 ‘영주 귀국’의 길을 개척한 인생
4장 세 가지 문화 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귀국 3세
2부 국경을 넘다
5장 어머니의 망향의 염원을 안고 살아가는 딸
6장 사할린, 훗카이도, 인천을 오가다
7장 한국에 ‘영주 귀국’한 일본인 여성
3부 사할린에서 살다
8장 도마리의 흙이 되다
9장 친아버지와 친어머니를 끌어안고 싶다
10장 나의 ‘고향’은 사할린
해설: 사할린에서 교차하는 한·일의 ‘잔류자’들
주
후기를 대신하여: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탄생한 책
역자 후기
사할린 잔류자들, 그들이 개척해나간 주체적 삶에 대한 기록
‘가라후토’라고 불리던 사할린 남쪽 지역은 한때 일본의 통치 하에 있었고, 1945년 일본의 패전 후엔 소련의 영토로 편입된 곳으로써 제국주의가 각축을 벌이던 곳이었다. 일본 통치 시기에 본국의 자원 근거지 역할을 맡은 이 지역에 많은 일본인과 조선인이 투입되어 생활하고 있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 그들 대다수는 각국의 안일한 태도와 얽힌 이해관계 등의 문제로 인해 고국으로 되돌아오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사할린에 ‘잔류’해야만 했다. 국가에 의해 지워지고 잊힌 존재가 되어, 머나먼 타지에 남겨진 ‘잔류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역사적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의연하게 삶을 이어나갔다. 당시 사할린에 잔류해야 했던 사람들과 그들이 이룬 가족은 오랜 시간 세대를 이어나가며, 국가라는 개념에 귀속되지 않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을 스스로 찾아나갔다. 사할린, 일본, 한국 그 어디에서도 외지인으로서 살아가야 했던 그들의 삶은 분명 힘들고, 국가 체제의 밖에 놓인 존재가 겪어야 할 비극이었으나, 한 편으로는 국가에 귀속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 길을 열어나간 주체적 삶의 궤적인 것이다.
《사할린 잔류자들》은 그들이 개척해 나간 ‘삶’에 주목한다. 그들을 국가에 의해 희생당한 비운의 존재로서 역사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개척한 트랜스내셔널한 생활 실천의 가능성과 창조성을 들여다본다. 전후부터 현재까지 사할린 잔류자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다민족·다문화적 존재로서 다층의 정체성이 혼재된 생활 세계를 구축해온 그들의 삶의 면모를 살펴본다.
다층의 정체성이 혼재된 존재로서 살아간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다
“유리코는 1946년까지 일본학교를 다녔고 집에서는 일본어만 사용했다. 그 뒤에는 조선학교에 다니게 되어 조선인 커뮤니티 속에 휩쓸렸고 결혼 상대 역시 조선인이었다. 이후로는 거의 한국어만을 사용해왔다. 그녀의 아이들이 학령기가 되자 조선학교는 폐교되어 러시아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