맬컴 엑스에서 컴바히강공동체까지, 미국 흑인 저항운동의 유산에서 시작하여
극우의 부상과 정체성 정치의 한계점을 통렬히 비판하며 펼쳐 보이는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
《오인된 정체성 - 계급, 인종, 대중운동, 정체성 정치 비판》은 파키스탄계 미국인으로, 정체성과 현대 정치와 관련한 여러 논쟁을 통해 주목받는 언론인이자 편집인, 뉴욕 뉴스쿨대학교 객원 조교수인 연구자 아사드 하이더가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영어권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시기에 출간되었으며, 극우의 부상과 그것이 야기한 실질적인 공격에 대한 사회운동의 실망스러운 대응과 분열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다. 특히 미국 흑인운동의 역사와 정체성 정치의 부상을 논하며, 운동의 분열이 띈 특정한 방식, 즉 정체성 정치라는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다. 정체성 정치는 보편적 해방을 표방한 사회운동에 대해서 분리주의적 시각을 제시하였고, 이를 통해 차이만을 중시하고 연대와 공통을 찾는 노력을 멈추도록 만들었다. 저자는 이러한 모습을 백인종의 발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미국에서 1960년대 이후 전개되었던 정체성 운동과 문학 논쟁을 통해 살펴본다. 그러면서 인종주의에 맞선 투쟁이 이러한 정체성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실제 구체적인 현실에서 시작하여 해방이라는 보편성을 추구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20세기 미국에서 여러 차례 일어난 인종주의에 맞선 대중운동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초기 형태의 정체성 정치는 혁명적인 정치적 실천을 이론화하였지만, 현대의 이데올로기적 형태의 정체성 정치는 개인주의적 방법에 근거한다. 정체성 정치는 인정에 대한 개인의 요구에 근거하며, 그 개인의 정체성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것은 이 정체성들을 당연한 것으로 보며, 모든 정체성이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필연적으로 다른 모든 이들과 상이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기에, 정체성 정치는 집단적 자기 조직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약화시킨다.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는 보편적 해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