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 그리고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에 관하여
바야흐로 ‘황혼 육아’ 시대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지금의 아이들이 경험하는 조부모 세대와의 관계는 어른들이 자신의 조부모 세대와 맺었던 관계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일까. 손주들과 살을 부대끼며 삶을 공유하는 존재이자 주체로서 조부모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낸 그림책이 요즘 점점 더 눈에 띈다. 《리시의 다이어리》도 이런 그림책들과 맥을 나란히 한다. 할머니의 생일날, 리시는 생일 선물로 예쁜 꽃다발과 일기장을 준비한다. 생일날 하루를 온전히 함께 보내는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 그리고 둘의 대화와 표정과 공간에 사랑과 다정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런데 꽃다발과 일기장을 보며 기뻐하는 할머니에게 리시가 묻는다. “할머니, 일기가 뭐야?” 할머니는 리시에게 일기의 사전적 의미를 알려 주는 대신 옛 일기를 읽어 주는 쪽을 택한다. 일기 속 이야기에 흠뻑 빠진 리시가 이야기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해하자, 할머니는 바로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고 밝힌다.
“좀 전에 읽어 준 이야기들은 내가 너만 했을 때 쓴 거야.
난 그 일기장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전부 모아 놨단다.”
《리시의 다이어리》는 리시와 할머니의 관계를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세대 간의 ‘소통’과 ‘교감’을 이야기하며 지금의 아이들과 부모 세대, 그리고 조부모 세대에게까지 두루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또 조부모를 질병이나 노화 앞에서 약해진 존재나 추억의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지금의 세대에게 ‘붙잡아야 할 것’에 관해 애정 어린 마음으로 조언해 주고 기꺼이 대물림해 주는 지혜로운 전달자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더더욱 빛난다. 이 책의 글을 쓴 작가 엘런 델랑어는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시간이 사랑하는 할머니 옆에 앉아 할머니가 읽어 주는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작가의 추억과 경험,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는 페이지들을 넘기며 독자들은 따뜻한 삶의 페이지들을 함께 붙잡고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