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입학사정관의 시간을 시작하며
PART 1 봄
여전히 생경한 대입설명회
꽃피는 봄이 오면 전국 팔도에
당황스럽거나 뻔뻔하거나
나는 무엇을 팔려고 여기에 왔을까
그래도 때로는 위로받는 시간
입학처에 필요한 또 다른 덕목
PART 2 봄에서 여름
선생님은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입학사정관의 자격
모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여전히 모호하기만 한 직업 기준
누군가에게는 전문직, 누군가에게는 소멸직
PART 3 여름
공부하기 싫은 건 누구나 매한가지
우유 하나도 깐깐하게 고르는 세상인데
도대체 누가 대학에 가는 것일까
견디고 견디고 견디는 시간
PART 4 가을
자동화된 대입 시스템이 놓치는 것들
공정함을 위해 쓰는 검은 안대
서류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진실
역할을 잃어버린 추천서
왜 쓰는지 모르는 자기소개서
PART 5 가을에서 겨울
오직 시험만이 살길일까
대한민국 수능의 최전선에서
어느덧 꼬박 일 년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PART 6 겨울 그리고 다시 봄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들에게
또다시 신입생을 맞이하며
지난겨울을 톺아보고 맞이하는 봄
흔들리는 수험생들에게
오늘보다 내일이 더 빛날 수 있기를
에필로그고맙습니다
주·참고문헌
어느 입학사정관이 바라본 입시의 풍경
대한민국에서 대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꽤 복잡한 일이다. 수능시험 체제가 도입된 지 어느덧 30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이 제도는 크고 작게 변화하는 중이다. 교육 과정에 따른 변화, 사회문제로 야기되는 사교육 해결 방안으로서의 변화, 표준화된 시험으로서 타당한 평가를 위한 변화 등이 반복된다. 그러면서도 교육 정책은 난이도 조절 실패, 수험생 혼란과 사교육 조장, 공교육 붕괴라는 어마 무시한 뉴스 헤드라인을 양산하고 있다. 이 안에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수험생이 수능이라는 제도를 통해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희망을 품기도, 너무 큰 좌절과 희생을 감내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10년간 입학사정관으로 일해온 저자는 이처럼 복잡하고도 치열한 대입의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현실과 쉽사리 풀리지 않는 묵은 고민을 솔직하고 가감 없이 우리 앞에 드러내 보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대학 입학처의 사계절
입학처는 하루하루가 조용할 날 없는 전쟁터와 같다. 입학처에 걸려오는 전화는 매일 적게는 몇십 통, 많은 날은 몇백 통 정도이다. 특히 원서 접수나 합격자 발표 기간이 되면 입학처에 있는 모든 전화기가 불이 날 정도로 울려댄다.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에도 전화벨 소리가 들리는 듯한 환청에 시달릴 정도다. 분위기 좋은 대학 건물 안에서 호젓하게 일할 거라는 짐작과 다르게 외부 출장도 잦다. 대학 내외에서 온갖 진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봄에는 전국을 다니며 고교 방문 대입설명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17개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설명회나 그 외 여러 교육기관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교육과 특강에도 참석한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마다 사전에 준비할 서류도 많고 협조 요청을 보내야 할 곳도 많다. 무엇보다 가을부터는 수험생들이 제출한 어마어마한 양의 서류를 정해진 시간 안에 읽어내야 한다. 단순히 서류를 읽고 수치로 평가하는 것만이 아니다. 서류에 담긴 문장과 상황의 맥락을 이해하고, 의도와 태도까지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