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라도 할 때는 해!
아직 여물지 않은 몸과 마음으로 세상을 알아 가자면 걱정과 두려움에 발이 묶일 때가 많습니다. 온몸이 얇고 투명한 비닐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비닐장갑은 장갑 초등학교에서 제일가는 겁쟁이입니다. 오늘은 한 학기에 한 번 별빛 캠프가 열리는 날이라, 장갑 친구들은 다들 장갑산에 올라가 별을 볼 생각에 잔뜩 들떠 있습니다. 하지만 비닐장갑의 머릿속에는 온통 걱정뿐입니다. ‘바람에 날려 가면 어쩌지? 산에 불이라도 나면….’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그런데 정말 걱정하던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말썽꾸러기 쌍둥이 장갑이 하나밖에 없는 손전등을 망가뜨린 것이지요. 어두운 산길을 더듬더듬 내려가던 선생님과 장갑 친구들은 그만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고 맙니다. 몸이 가벼운 비닐장갑만 팔랑팔랑 날려가 무사할 수 있었지요. “비닐장갑아, 아무래도 네가 가서 어른들을 불러와야 할 것 같아!” 선생님이 애타게 소리치지만, 비닐장갑은 더럭 겁부터 납니다. 어두운 숲속에서 금방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거든요.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을 도울 수 있는 건 비닐장갑뿐인 걸요. 겁쟁이 비닐장갑은 혼자 산을 내려가 구조대를 불러올 수 있을까요?
《용기를 내, 비닐장갑!》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서 좀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환한 빛으로 채워 주는 그림책입니다. 아니, 나 혼자만을 위해서라면 결코 해내지 못했을 일을 선생님과 친구들을 위해 기어이 해내고야 마는 비닐장갑의 마음이 이미 세상을 밝히는 빛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책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는 그림책을 통해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져 온 유설화 작가가 처음으로 오롯이 어린이만을 바라보며 쓰고 그린 책입니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요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하는 요청을 받고 보니, 그동안 만났던 어린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그림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