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과 모르타르로 된 구빈원은 어떻게 디지털 구빈원으로 진화했을까?
기술의 중립성이라는 가면을 벗기다!
디지털 시대가 시작된 이래 공공 분야에서의 의사 결정은 획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업무 처리 과정을 고도화한다는 명목 아래 공공서비스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전산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등 광범위한 신기술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지지하는 이들은 흔히 새로운 세대의 디지털 도구를 ‘혁신적’이라고 극찬한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등의 첨단 기술 도구가 형식적인 관료주의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고 해결책을 촉진하며 투명성을 높여, 본질적으로 더 민주적인 정부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뱅크스는 가난한 노동자 계층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새로운 데이터 분석 체제는 ‘혁명’이라기보다 ‘진화’에 가깝다고 통렬히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 계층은 오래전부터 사생활 침해적인 감시, 야밤의 불시 단속, 그리고 처벌적인 공공 정책의 대상이 되어 왔다. 19세기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구빈원에 격리되었고, 20세기에는 개별사회복지사의 조사를 받으며 마치 재판 받는 죄인처럼 다뤄졌다. 이 책은 현대의 빈곤 관리 시스템이 세련된 첨단 기술로 무장하고 있지만 실은 19세기부터 존재해 온 처벌적인 빈곤 관리 전략의 단순한 확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자동화된 불평등』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개념은 ‘디지털 구빈원’이다. 이는 자동화된 의사 결정 시스템, 데이터마이닝, 위험 예측 모형 등 공적 서비스 분야에 침투한 첨단 기술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문제의식이 담긴 용어이다. 저자 버지니아 유뱅크스는 “기술과 불평등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와 맥락을 삭제하는 움직임에 대한 저항”의 차원으로 ‘디지털 구빈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빈곤을 관리하는 첨단 기술이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고 일갈한다.
유뱅크스에 따르면 디지털 구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