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다음으로 이야기해주실 분?_로베르토 구티에레스 바레아
1장 첫 시작: 우리 자신 안팎으로 더 깊이 파고들기
2장 이야기 감각: 생존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주다
3장 장면, 움직이는 조각상, 페어
4장 플레이백 배우가 되려면: 타인의 삶을 구현하기 위한 조건
5장 컨덕터의 역할: 모두의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끌어가기
6장 악사가 구축하는 감정들
7장 현존, 표현 및 제의
8장 플레이백을 통해 치유한다는 것
9장 소외된 이들 그리고 공동체 속으로
10장 세계 속의 플레이백
출간 20주년에 부쳐
용어
부록
옮긴이의 글
당신의 이야기가 무대가 될 때 삶은 비밀을 드러낸다
자기 삶의 장막을 열어 보인다는 건 용기를 필요로 하지만
일단 용기를 내기만 하면 진귀한 경험이 다가올 것이다
사례 1: 일레인의 경우
일레인이라는 일흔 살의 여성은 드라이브를 하던 중 한 젊은 남자에게 즉흥적으로 함께 수영을 하자고 제안한다. 수영복이 없었던 두 사람은 맨몸으로 물에 뛰어들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뒤로 처절한 순간이 닥친다. 두 남녀가 뭍으로 나올 때 일레인은 젊은이와 달리 늙어가는 자신의 몸을 수치스러워하며 직면해야 했던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배우들이 즉흥적으로 연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일레인: 우리 같이 수영해요.
남자: 수영복이 없는데요?
일레인: 아, 괜찮아요. 저도 없으니까.
일레인 역을 맡은 배우는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걸치고 있던 옷을 벗어던진다. 차가운 물속에서의 수영, 물장구를 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 음악 또한 그들의 즐거움과 자유분방함을 따라간다. 그 후 이어지는 클라이맥스. 젊은 남자는 수월하게 뭍으로 나오지만 일레인은 그를 따라 나올 수가 없다. 남자가 일레인을 도와 물 밖으로 끌어올려준다. 그때 서로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의 길고 긴 순간. 젊은 몸과 나이 든 몸이 서 있다. 그 순간 일레인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일렁임이 배우의 얼굴과 음악 속에 녹아든다. 극이 마무리된다.
배우들은 그녀의 경험에서 핵심적인 사건을 추려 형태를 부여하려면 이야기 감각이 필요했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이르렀을 때, 배우들은 일레인의 내적 경험에 대한 외적 현현으로서 두 남녀가 마주한 순간의 지속 시간을 실제보다 훨씬 길게, 최대한으로 늘려서 보여주었다. 그러곤 장면은 그대로 마무리되었다. 일레인의 말을 통해,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맥락상의 정보를 통해 배우들은 이 이야기가 나이듦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을 우아함과 유머감각으로 직면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