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스스로를 만들어냈다
1부: 그녀를 스쳐간 이름들
- 마리 클레멘타인, 몽마르트르의 거친 야생마
- 퓌비 드 샤반, 화가의 아름다운 모델
- 오귀스트 르누아르, 작업실에서 꾸는 화가의 꿈
-툴루즈 로트레크, 새 이름을 지어준 사람
2부: 어떠한 자화상을 그려낼 것인가
- 거울 속 나 자신과 마주보기
- 주어진 현실을 직시하기
- 스스로 찾아낸 자리
3부. 사랑과 삶, 예술의 종착지는 결국 나 자신
- 이루지 못한 사랑의 끝에는
- 파리를 뒤집은 스캔들의 주인공
- 다시, 자화상으로
에필로그: 예술은 우리가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한다
연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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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지는 대상에서 그리는 주체로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난 진정한 자신의 모습
『수잔 발라동, 그림 속 모델에서 그림 밖 화가로』는 같은 인물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묘사한 두 점의 그림으로부터 출발한다. 바로 르누아르의 초상화와 수잔 발라동의 자화상이다.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그림 속 수잔 발라동은 매우 아름답다. 부드러운 몸의 곡선과 은은한 미소, 따뜻한 색채가 행복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를 책임져야 했던 수잔 발라동이지만, 르누아르의 그림에서는 어떠한 고단함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르누아르에게 수잔 발라동은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활용되는 객체였을 뿐, 그녀의 심경과 존재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반해, 수잔 발라동은 자화상에서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을지언정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짙은 눈썹과 다부진 입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눈빛에서 녹록지 않은 세상을 버텨내는 한 인간의 모습이 비친다. 결연한 표정은 늘 가슴 한구석에 품고 있던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당신은 어떻게 그려지고/그리고 싶은가? 물론 선택은 자유다. 하지만, “타자의 시선에 맞추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초상화와 결연한 표정으로 스스로를 응시하는 자화상 중, 현재 우리의 시선이 닿는 곳은 어디”인지는 분명하다.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보내는 찬사,
세상의 기준을 전복하는 예술의 힘
가난한 집안에서 사생아로 태어나 알코올중독인 엄마 밑에서 방치되다시피 자라났다.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학교에서 쫓겨났고, 어린 나이에 생계의 현장으로 던져졌다. 반복되는 고된 노동을 하다 드디어 적성에 맞는 서커스 단원이 되었으나, 낙마 사고로 이마저도 못하게 되었다.
수잔 발라동의 유년 시절은 비극적 요소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녀가 걸어온 삶의 궤적은 역설적으로 인생이 우리의 생각만큼 불공평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유일한 생계 수단이었던 모델로서의 입지가 위험해질 것임을 감수하고 화가가 되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