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가기
첫 장에서 “나의 소원은 친구를 만나는 거예요. 특별하고 좋은 친구요!”라는 글과 함께 꼬마 아이가 보인다. 이어지면서 겁도 많고 부끄럼쟁이지만 좋은 친구를 꼭 만나고 싶고 본인도 그런 좋은 친구가 되고 싶다고 간절하게 말한다. 목욕도 하고 머리도 예쁘게 빗었고 엄마 아빠 없이도 씩씩하게 잘 지낼 수 있다고 자랑한다. 스스로 알아서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친구만 사귀면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꼬마 아이들의 생각이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다 자란 거 같으니 뭐든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일지라도.
그런데 다음 장에서는 걱정이 가득하다. 두려웠던 기억도 있고 망설여진다고 한다. 친구 사귀는 것이 왜 두려운 걸까? 무엇이 걱정일까, 독자도 함께 걱정이 든다. 아이와 아빠가 도착한 곳에는 ‘보호소’라는 간판이 보인다. 보호소에서 친구를 찾는 것일까? 드디어 도착했고 이 순간을 오래오래 기다렸다고 한다. 다음 장을 넘기고 나서야 이야기하는 화자가 누구인지 분명해진다. 화자는 강아지다. 두 번이나 버려져 보호소에 온 유기견. 보호소 친구들 모두 버려진 사연이 구구절절하다. 버려진 강아지는 배곯았던 적도 있었고, 맞은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겁이 난 것이다. 또다시 버려질까 두렵고 무서운, 전형적인 유기견의 모습이다.
그런데 가만히 기다려 주는 아이를 만났다. 달콤한 냄새도 나는 것 같다. 아이가 가지고 온 담요 감촉이 포근하다. 이 아이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서툴고 실수투성이에 낯설고 두렵지만 강아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천천히 조금씩 아이와 친구가 되어 간다. 가을에 만나 겨울을 지나고 봄과 여름을 거쳐 어느새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특별한 친구가 된다.
알고 보니 아이의 이름은 봄이고 강아지 이름은 가을이다. 가을에 강아지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이름도 가을이라고 지었다. 봄이와 가을이는 어디든 함께했고 둘은 썩 잘 어울렸다. 강아지들을 위한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