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방근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한 2011년 한국미술평론 60주년 기념 심포지엄에서이다. 당시 서영희 교수는 방근택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 논문에서 그가 전후 한국추상미술과 앵포르멜에 적극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전위적 평론가’였다고 묘사한 바 있다. 그 표현이 필자에게 다가왔다. 불안정한 사회에서 낯선 서구의 추상미술을 앞장서서 ‘전위적으로’ 싸우며 소개했다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의 약력에 나온 ‘제주 출생’이라는 문구는 필자의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필자가 나고 자란 곳이었고 20세기 제주가 겪은 혼란의 역사와 한반도의 격랑 속에서 예술가가 된다는 것도 어려웠지만 미술평론가가 된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그날의 심포지움이 이 책의 출발점이 되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일로 인해 본격적으로 자료조사에 나선 것은 2019년이다.
방근택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주로 1950-60년대 앵포르멜 미술과 추상미술의 전개를 다룬 글에서만 언급될 뿐 그의 유족이나 개인적 배경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서영희 교수, 윤진섭 평론가, 김달진 소장 등을 만나서 묻는 것으로 출발했다. 김달진 소장으로부터 방근택이 소장했던 책들이 인천대학교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들었고, 윤진섭 평론가로부터 책 기증의 배경에 방근택과 가까웠던 주수일 교수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리서치가 시작되었다.
방근택의 글과 관련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서서히 그의 삶의 윤곽을 잡고 있던 2019년 가을 삼성미술관 리움의 자료실에 유족이 기증한 자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움이 소장한 자료를 통해 결국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미망인 민봉기 여사와 연결이 되었고 이후 그의 아들 방진형, 그리고 방근택의 여동생 방영자, 이종사촌 정인숙과 정경호, 조카 여서 스님 등 유족을 만나며 그의 글에서 파악하기 어려웠던 빈 공간들이 채워졌고 사진과 그림 등 여러 자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평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