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빨강이 있을까?
칼데콧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로라 바카로 시거의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이 다산기획에서 출간되었다.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은 이미 출간된 《세상의 많고 많은 초록들》과 《세상의 많고 많은 파랑》의 뒤를 잇는 색깔 그림책 3부작의 마지막 권이다. 로라 바카로 시거는 초록-파랑-빨강이라는 세 권의 그림책을 통해 색과 감정을 세심하게 연결한다. 색이 지닌 의미를 병렬적으로 나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보여준다. ‘빨강’이라는 색이 지닌 여러 의미는 물론이고 이를 감정과 연결하는 대목은 탄성을 자아낸다.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의 주인공은 여우다. 보통 여우라고 할 때 우리가 칭하는 여우는 ‘붉은 여우’다. 붉은 여우는 여우 중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종으로 암수 한 쌍이 가족을 이루고 무리지어 생활한다. 로라 바카로 시거의 《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의 첫 장면에서 여우는 가족들과 함께 숲속을 걷고 있다. 이처럼 어린 여우는 부모의 돌봄을 받다 성장한 후 독립하는 법인데, 그림책 속 어린 여우는 뜻하지 않게 가족과 헤어져 길을 잃는다. 이제 여우는 홀로 자연과 인간과 맞서야 한다. 이 위험한 여우의 여정을 작가는 최소한의 단어를 사용해 풀어낸다. 또한 오로지‘빨강’이라는 한 가지 색의 다채로운 의미 그리고 전략적으로 짜여진 다이컷 기법까지 더해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그림책에서 빨강은 다의적이다. 우선 빨강은 길 잃은 붉은 여우를 뜻한다. 하지만 이어서 붉은 색을 띤 자연의 모든 개체를 칭한다. 장미꽃은 붉은 색이고 탐스럽게 익은 사과도 붉은 색이다. 일출과 일몰도 붉은 빛이다. 가을이 되면 나뭇잎은 붉게 물든다. 또한 인공적인 붉은 색도 있다. 이때의 붉은 색은 여우에게 위협적이다. 어두운 밤 도로에 나온 여우에게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눈이 부신 붉은색이다. 통나무에 박힌 뽀족한 못은 검붉은 색으로 녹이 슬었고 결국 여우를 다치게 한다. 굶주린 여우 앞에 가로놓인 높은 벽돌담의 붉은 색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