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현 스님, 고별사
나를 낳아주신 분은 부모님이지만, 중을 만들어주시어 부처님 법을 만나게 된 보람된 삶을 살게 해주신 분은 은사스님입니다. 은사스님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습니다. 그 은혜, 세세생생에 갚아도 다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저는 지혜와 용기와 결단심이 부족해 문도들을 바르게 이끌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사제들은 저를 사형으로 대접해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베푼 바가 없습니다. 이제야 내 자신이 인색했음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신도님은 훌륭한 수행력을 갖추지 못했고 덕망도 없는 저에게 과분한 대우를 해주시었습니다. 무거운 시은만 지고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나는 죽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떻게 죽는 것이 가장 잘 죽는 죽음일까? 죽음 그 자체는 두렵지 않습니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하게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죽어가는 그 과정이 두렵습니다. 주위에 죽어가는 사람들의 죽음의 과정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병원 중환자실에 거의 의식이 없는 환자가 산소호흡기를 부착하고 링거액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아 숨만 쉬고 있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옛날 도인들은 앉아 죽고, 서서 죽고,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죽고, 죽기를 마음대로 하였습니다.
나는 늘 신도들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몸은 공(空하여 거짓 나이니 애착할 게 없다고. 하지만 막상 죽음이 내 코앞에 다가오니 어떻게 죽어야 잘 한 죽음일까? 생각이 깊어집니다.
수행자가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을 성취하여 생사윤회를 벗어나는 것이요, 만약 금생에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했다면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 알아차림으로 한 생각 챙기면서 저세상으로 가야 합니다. 그 한 생각은 내세로 연결되어 금생의 수행력과 원력 따라 다음에도 수행자의 길을 걸어 쉽게 깨달음을 성취한다고 합니다.
초학 시절 보름 동안 단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단식을 하면서 열심히 정진을 하였더니 정신이 맑아져 화두가 성성적적 끊어짐이 없이 밤낮 이어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