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은 다채롭고 다양한 삶을 살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상의 끝’ 가까이 가 보았다. 선생의 공식 출발은 문학을 좋아하는 법조인이었다. 문학을 좋아하는 법조인도 비범하지만 출발이었을 뿐이다. 법조인의 품위를 한결같이 지켰고 문학을 한결같이 사랑했다.
선생은 위로는 감사원장 자리까지 올랐다. 국무총리와 장관의 중간쯤 되는 높은 자리다. 공식적으로 부총리의 예우를 받는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국무총리와 공동위원장이었다. 이쯤이면 대통령 바로 다음의 자리라 할 수 있다.
선생은 그 반대편인 ‘감옥이라는 세상의 끝’ 가까이에도 가 보았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은 반공법 위반이었다. 반공법 변호 전문 변호사가 반공법으로 구속되고 재판을 받았다. 다른 한 번은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의 피고인으로 교도소에 갔다. 교도소에 있었던 기간은 1년 9개월 정도. 선생은 변호사이면서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기간은 8년. 1976년 자격을 박탈당하여 1983년 복권되었다. 실형 선고와 감옥 생활, 변호사 자격 박탈은 인생의 가장 어두운 암흑기를 상징한다. 가난은 선생을 괴롭히는 존재였지만 다른 한편 적게 바라고 만족하는 삶,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살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선생의 삶과 가치를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정리하는 동안 선생의 정신과 가치를 어떻게 전하고 계승할 것인가라는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우리 역사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선생의 활동과 가치를 어떻게 전달하여 우리의 전통으로 만들 것인가. 단순히 훌륭한 위인의 생각과 활동을 전통으로 계승하자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전통의 가능성을 선생에게
서 찾자는 것이다. 그만큼 선생의 삶은 풍부한 내용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