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아동문학
《산골 총각》의 줄거리만 보면 전형적인 옛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착한 이는 복을 받고 나쁜 이는 벌을 받는다는 식으로만 내용을 간추린다면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하겠지요. 이보다는 어렸을 적에 들었을 옛이야기를 새롭게 구성해서 들려주려는 작가의 의도와 방식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듯합니다. 백석은 《집게네 네 형제》를 펴내기 한 해 전에 쓴 평론 <동화문학의 발전을 위하여>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습니다.
“우리가 동화에 있어서 경계해야 할 것은 도식주의적 현상이다. 우리의 많지 않은 동화 작품 중에서 그 대부분이 동물을 작품에 등장시키는 것들인 바, 이런 작품들의 대부분이 천편일률적으로 약자들의 단결, 협력에 의한 강자에의 승리이거나 권선징악을 내용으로 한 것들이다. (… 오늘의 동화문학이 동물을 인간적인 위치에 놓는 것을 허용하며 또 장려하는 것은 동물의 속성을 통하여, 인간이 행동하며 말하는 것보다 더 흥미 있고 더 이해에 편한 방법으로, 아동들에게 고귀하고 다양한 윤리의 세계를 보여 주며 말하여 주려고 함이다.”
백석은 같은 글에서 “구비 전설에 현대적 의의를 부여하며 그것을 동화 창작의 기법으로 개작”할 것을 요구하면서, “소박하고 투명하고 명확하고 간소한 언어야말로 아동 독자들의 창조적 환상을 풍부히 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전하는 경직된 교훈이 아니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와 예술성의 창조가 아동문학의 올바른 방향을 가리킨다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구조와 흐름
《산골 총각》의 이야기는 크게 사건의 도입, 전개, 결말로 나뉩니다. 이야기의 중심 얼개는 산골 총각이 오소리에게 계속 도전하는 과정입니다. 총각은 오소리에게 덤비다가 세 번이나 쓰러진 다음에야 비로소 승리를 거둡니다. 전개되는 상황들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고조되는 긴장감이 이야기에 탄력을 불어 넣습니다. 이 작품을 호흡에 맞추어 소리 내서 읽어 봅니다. 기본적으로 3.4조와 4.4조를 사용하는 민요풍의 운율이 편안하게 느껴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