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이 바라본 한국인의 정체성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예술가라면, ‘한국인은 누구인가’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만약 그가 사진가라면, 숙명적으로 ‘지금 여기’의 현실과 더욱 밀접해지기 마련일 터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사진가들이 ‘세계 보편의 것’이나 ‘그림 같은 사진’으로 눈을 돌려 자신의 무대를 넓히고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직 사진만이, 한국 사진가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지켜 나가는 것은 더 힘들고 중요하게 되었다. 사진가 강운구(姜運求의 말대로, 우리에겐 “자기 장르의 고유한 문법을 존중하면서 새롭고 다른 이미지를 형성하려고 고심하는 작가”가 필요했고,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의 삼세대를 대표하는 이갑철은 이 어려운 과제를 진지하고도 재치있게 해냈다.
멀리 임응식(林應植에서부터, 육명심(陸明心, 주명덕(朱明德, 강운구, 김수남(金秀男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계보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의지가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이갑철의 사진도 이들의 맥을 잇는다. 하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이제는 오래된,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질문에 대해 이갑철은 다르게 답하고 있다. 첫 개인전을 연 1984년부터 이십여 년 동안 이어진 굵직한 연작들을 거치며 완성된 그의 대표작 ‘충돌과 반동’이 바로 그것이다. “‘충돌과 반동’은 나의 유아적 기억을 담고 있다. 어릴 적 아버지와 자식의 기억, 그런 기억이 가지고 있는 행복했지만 가슴이 아려 오는, 슬픈 것은 아닌데 어딘가 애절한 그런 기억을 보여 주고 싶었다.” 일세대, 이세대 사진가들이 한국인 공동체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있다면, 이갑철은 이처럼 ‘나’ 개인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그의 사진을 이전 세대와 다르게, 현대적이고 당대적이게 하는 지점이다.
‘기록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나는 같은 한국의 다큐멘터리를 찍어도 ‘기록’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사진가들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