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산들바람 어디서 불어오나
소년 건조한 눈을 들어
인자한 웃음 모양의 산 아래위 훑어보고
개미떼 행진 지켜보다 문득 생각난 한 사람
부러진 나뭇가지 주워 바닥에 그림 그리고
사각사각 과일 깎는 소리 조용히 흘러가면
그것을 신호 삼아 지난 계절 온기 찾아 남쪽으로 날아갔던
종이비행기 떠오른다
비행의 높이만큼 아득히 멀었던 거리는
오늘도 침묵 속에서 움직일 줄 모른다
달빛 스미는 호수 위 백조
물장구 한 번에 민들레처럼 흩어지는 빛의 파동
날 저물어 모두가 잠든 땅 위에
소년 홀로 남아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