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are the ship. 우리는 배다.”
“우리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단 한 척의 배다.”
- 이 책은 그냥 야구 이야기가 아니다
* 이 이상 없을 만큼 생생한 그림책의 존재감 (위대한 야구 선수들을 향한 오마주
-그림책 작가 류재수
이 그림책은 야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스포츠에 관한 책이 아니다.
백인 우월주의가 극에 달했던 대공황기의 미국. 뜨거운 연대감으로 하나 된 흑인선수들이 서서히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인권을 쟁취해가는 분투기로, 연대사적 나열이 아닌 당시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현장감 있게 전개된다. 미국 야구의 역사는 오늘의 민주적인 질서를 이루어낸 미국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누구나 이 그림책을 대하면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삶의 역동성을 느낄 것이다. 작가는 주제의 리얼리티에 더욱 충실하기 위해 현재 유행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사고에서 벗어나 글, 그림 나아가 북 디자인까지 과거의 고전적인 정통성으로 회귀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미국적 정서가 짙게 배어 있는 아메리칸 리얼리즘 회화의 정교한 재현을 통해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실감난다. 그리고 스포츠의 격렬한 운동감보다는 마치 한 장의 사진같이 영구히 정지된 순간을 의도함으로써, 기념비적인 장면이 더욱 선명하고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그림책이 참으로 빛나는 것은, 이 이상 완벽할 수 없는 그림책으로서의 훌륭함이다. 이 그림책 주인공들의 치열한 삶에 뒤지지 않으려는 듯, 작가는 사려 깊은 작업으로 철저히 고민하고 가다듬어 현대 그림책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의 경지를 보여 준다. 자본주의가 첨예화되면서 나날이 출판 제약도 까다로워지고 가벼운 미학의 그림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한다면, 오직 그림책다운 그림책의 목적 외에는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은 이러한 그림책의 존재는 차라리 기적에 가깝다. 요즈음 우리 시각 문화의 한 축을 이루는 사이버공간의 조형 세계는, 공교롭게 종이 그림책만이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