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의학과 과학을 넘어 역사를 바꾸다
질병이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그 기나긴 역사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을 바꾼 지난 2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위력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질병은 오래전부터 우리 바로 옆에서, 일상부터 사회, 문화, 역사까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페스트나 천연두, 매독 같은 골칫덩이가 인류 집단을 처음 강타했던 그 순간부터, 질병과 관련된 이야기는 의학과 과학을 넘어 다른 부분까지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추적하다 보면, 인류가 처음 정착지에 모여 살고 가축을 키우는 것부터 시작해 국가와 문명 사이의 상호작용이 증가하고 무역, 탐험, 정복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기까지의 역사와 겹쳐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우리는 특정한 시기와 장소에서 전염병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 수 있다. 개인에게 고통을 일으킬 뿐 아니라 사회 및 경제 측면까지 이르는데, 언제나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지도, 질병의 비밀을 풀다
이런 상황에서 19세기 중반부터 지도는 질병이 어떻게 퍼지는지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문가들은 지도를 활용해 앞으로 질병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거나 질병을 억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 이렇듯 질병에 대해 알아보는 데 지도를 활용하는 최초의 사례이자 널리 알려진 사례는 1854년 런던 소호에서 콜레라 발병에 대해 조사했던 의사 존 스노(John Snow의 연구였다. 당시 콜레라로 약 600명의 사람이 죽었고 이 가운데 200명은 하룻밤 만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콜레라가 어떻게 전파되는지에 대해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껏 다른 어떤 질병도 콜레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콜레라는 인류를 가장 빠르게 죽이는 질병이었고 1800년대 이 병이 전 세계를 휩쓸고 전파되면서 수백만 명이 죽었다. 스노는 콜레라가 오염된 식수를 통해 퍼지는 게 틀림없다고 믿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