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없이 죽을 자
<한나 아렌트>, 마가레테 폰 트로타, 2012
한나, 책 더미 위에서 죽다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스티븐 달드리, 2008
글쓰기와 속죄
<어톤먼트>, 조 라이트, 2007
여섯 날 동안의 꿈
<남아 있는 나날>, 제임스 아이버리, 1993
나는 보험번호 숫자가 아닙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켄 로치, 2016
맥머피의 사인死因, 추장의 행방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밀로시 포르만, 1975
김군의 행방
<김군>, 강상우, 2018
죽은 나를 묻으러
<사울의 아들>, 라즐로 네메스, 2015
재판은 치료가 아닙니다
<나는 부정한다>, 믹 잭슨, 2016
그를 먹어라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 피터 그리너웨이, 1989
숲의 왕
<지옥의 묵시록>,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1979(리덕스판: 2001
옛날 옛적 버밍햄에서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존 애브넷, 1992
다른 세상도 가능했다
<안토니아스 라인>, 마를렌 고리스, 1995
그것은 나의 혀
<피아노>, 제인 캠피언,1993
하녀를 사랑하고 싶어 하는 가족이 있다
<로마>, 알폰소 쿠아론, 2018
주인hote과 기식자parasite
<기생충>, 봉준호, 2019
(n……1111:1111……(n
<어스>, 조던 필, 2019
에필로그: 무서운 극장
다시 보기와 깊이 읽기를 위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17편의 영화 이야기
17편의 영화에 대한 글들은 저자의 의도에 따라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한 편의 영화에 대한 사유는 다음 영화를 사유하기 위한 복선이자 연료가 된다. 그렇게 영화에서 영화로, 하나의 주제에서 주제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유발하며, 책 전체를 꿰뚫는 일관성을 부여한다. 이를테면, 영화 <한나 아렌트>에 관한 첫 글은 전두환의 재판 출석 장면 스케치로 시작되는데, 저자는 이 장면을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 장면으로 오버랩시킨다. 이는 <더 리더>의 주인공과 아이히만을 무법자와 범법자로 구분해 비교하는 내용으로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출현한 속죄라는 화두는 <어톤먼트>에 대한 글에서 더 깊이 다루어진다. 이는 다시 계급의 문제로, 계급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향한 비판으로, 이는 다시 이상적 공동체에 대한 상상으로, 그리고 인간성에 대한 숙고로 이어지는 식이다. 형식주의 감독 피터 그리너웨이의 미장센을 분석하는 부분이나 <지옥의 묵시록>의 살해 장면을 부친 살해 신화에 포개어 읽는 등의 미학적 분석도 흥미롭다. 나아가 이 책은 푸코의 생명권력, 라캉의 실재와의 조우, 헤겔의 노예와 주인의 변증법 같은 여러 철학적 개념을 활용해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를 다양한 차원에서 고민해보도록 이끈다.
“다만 영화를 통해 지금 이곳과 완전히
다른 곳에 대해 깊이 사유해보고 싶었다.”
책 초반부에서 저자는 ‘사유 없는 자의 진부함’이 악의 기원이 될 수 있다는 아렌트의 말을 화두로 삼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먹고 자고 배설하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들 평범하기 그지없고, 이모티콘으로 말을 대신하고 검색으로 사유를 대신한다는 점에서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러므로 진부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위기’에 빠진 우리에게 필요한 처방은 아마도 ‘사유 있음’을 향한 정진일 것이다. 저자는 강조하여 말한다. “우리가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