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가난이 고여 든 곳, 양동 / 이동현 19
“ 처음 생긴 내 집,여기서 오래 살고 싶어요 / 이석기∼박내현 27
“ 중국집 후라이팬이 무거워, 그래서 이렇게 됐지 / 문형국∼이재임 51
“ 거리에서 우리끼리 그 좋은 법을 만들어 놨어요 / 김강태∼박소영·이채윤 79
“ 우리 아저씨가 나 보호자여 / 이양순∼여름·이은기 113
“ 돈을 좀 모아도 된다는 희망이 있었으면 해요 / 장영철∼오규상 133
“ 은영이가 99년생, 지금은 시설에 있어 / 김기철∼여름·이은기 165
“ 여기 주변 쪽방 생활만 70년 가까이 한 거지 / 권용수∼최현숙·홍혜은 193
“ 낭떠러지에 서있는데 더 가면... / 강성호∼홍수경 227
“ 그분들의 현재 삶을 바라봐야 해요 / 신종호∼홍수경 255
“ 떠나고 그럴 때가 제일 섭섭해요 / 이동현∼이재임 273
나가며 우리네 삶의 실타래를 붙들고 / 최현숙 309
? 가난한 나의 이름으로 ‘내 삶’을 말하다 : 끝없이 일해도 가난한 삶
‘양동 쪽방’을 공통분모로 모인 이 책의 주인공들은 쪽방뿐만 아니라 여인숙과 고시원, 거리와 병원 등을 오가며 생활해 온 이들이다. 이토록 가난한 이들에 대한 세간의 관념은 ‘무능한 사람’ ‘게을러서 스스로의 생계조차 꾸리지 못하거나 자포자기한 채 살아가는 사람’ ‘국가가 주는 수급비로 먹고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출생부터 빈곤했던 이들은 대부분이 배고픔과 폭력, 미래가 없는 삶으로부터 탈출하고자 “무작정 상경”한 평범한 ‘시골 사람들’로 무일푼으로 시작된 이들의 서울살이는 끝없는 밑바닥 노동 이력들로 점철돼 있다(거리 생활을 오래 했던 김강태 역시 노숙을 하면서도 양계장, 돼지 농장 등을 오가며 끊임없이 일해 온 삶을 보여 준다. 넝마주이, 머슴살이, 새우잡이 배, 염전, 양계장, 돼지 농장, 각종 건설 현장을 전전하며 도로와 빌딩, 댐과 발전소를 짓고 달걀과 돼지, 새우와 소금을 밥상 위에 올려준 이들이 지금은 쪽방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 화자 중 장용철은 일용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번 돈으로는 서울 도심에서 비적정 주거나 거리를 떠돌며 하루살이 인생으로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 말한다. 게다가 (중국집 배달원에서 사장이 되어 가난의 궤도에서 벗어날 뻔한 문형국조차 IMF의 여파로 다시 일용직 인생으로 추락하는 모습이나 실직과 IMF 위기가 겹쳐 한순간 바닥으로 추락해 버린 김강태의 삶은 “가진 건 몸뿐인” 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제공하는 안전장치는 과연 무엇이었는지 되묻게 한다.
지금도 쪽방촌에서 말년을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루 70킬로그램에 달하는 폐지를 줍거나 “새벽부터 남대문 인력 시장”에 나가 일거리를 찾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받는 돈 75만 원에서 25만 원의 월세를 내고 남는 돈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 가난한 나의 이름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