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있잖니, 오빠한테는 아직 아기 이야기를 안 했어. 너한테 가장 먼저 알리고 싶었거든. 여자끼리의 비밀이다, 알지?”
나는 거울 속 엄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사실 지난번에 잘못된 다음에는 조금 걱정이 되었단다….”
솔직히, 엄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말을 많이 안 하니까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엄마는 얼굴이 빨개지며 몹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 11쪽
엄마는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우아한 걸음으로 내 침실을 떠났다. 그냥 걸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운이 좋은 건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거울이 다시 내 주의를 끌었고, 머릿속에 익숙한 노래가 맴돌았다. 처음 듣고부터 내 뇌리에 박힌 내 삶의 끊임없는 주제곡.
“난 내가 보는 것들로부터 숨을 수 없어.
거울은 결코 진정한 나를 보여 주지 않아.
내 안의 나는 웃고, 내 안의 나는 갈망해.
내 안의 나는 울고, 내 안의 나는 용감해.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니야.
내 안의 나는, 나야.
- 11~12쪽
“난 너무 상처를 받았단다. 네가… 장애가 있다는 걸 알고서… 아무 상관도 하고 싶지 않았어. 말하기 부끄럽다만.”
글로리아의 목소리가 떨렸고 단어들은 멈칫멈칫 끊어졌다 이어졌다.
“내가 틀렸어…. 너를 아는 시간을 더 가졌어야 했어. 지금은 알아…. 너랑 시간을 보내 봤으니까. 네가 얼마나 특별한지 알 수 있으니까.”
- 2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