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어도 한결같은 엄마의 마음, 엄마의 소망
최승훈 그림책 엄마의 계절
봄, 아침 까치가 울 때 돌돌 흐르는 개울물 바라보며 엄마는 혼잣말을 합니다. “봄도 오고, 애들도 온다 하고... 근데, 얘들이 출발을 했나, 어쨌나?” 아이들 먹일 전을 부치고 있을 때 울리는 전화소리, “어머니, 애들이 감기가 심해서 오늘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기다리셨을 텐데.” “그래? 아이고 괜찮다, 괜찮아. 어여 병원에 데려가 봐라. 잘 먹이고.” 이렇게 대답하지만 애써 준비한 음식을 주섬주섬 오토바이에 싣는 엄마는 조금 헛헛합니다. ‘이 많은 전이랑 나물을 다 어쩌누? 회관에라도 가져가 할매들이랑 나누어 먹지, 뭐.’ 기다리던 비를 맞으며 밭에 씨를 뿌리고 몸살이 난 엄마, “목소리가 왜 그래? 감기 걸렸어?” 자식의 안부 전화에, 이마를 감싸 쥐고도 엄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감기는 무슨? 누워서 받으니 그렇지. 난 괜찮다. 애들은 아픈 데 없고?”
여름, 캘 때가 된 마늘밭을 채우는 엄마의 목소리, “바쁜데 뭐 하러 와! 안 와도 돼. 마늘? 마늘을 여태 안 캤을라고? 마을 사람 여럿 해서 벌써 다 했지, 이눔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엄마는 혼자서 참을 들지요. 한여름 땡볕 아래 김을 매면서도 엄마는 짐짓 “어쩐 일로 전화했어? 일? 일은 무슨? 이렇게 뜨거울 땐 일도 못해. 선풍기 바람에 드러누워 있구만.”
가을, 그렇게 길러 거둔 농작물을 상자에 꾹꾹 눌러 담아 도시의 자식들에게 부치러 가는 길, “사긴 뭘 사! 여기 천지 널린 게 그런 긴데. 오늘 택배 보낼 테니까, 사지 말어. 올해 그렇게 가물었어도 고추가 이쁘게 잘 됐다.” 자부심 가득한 목소리가 짜랑짜랑 들판에 울려 퍼지고...
이윽고 눈 내리는 겨울, 이웃 어르신들과 함께 두부를 쑤며 “작년에 두부를 한 솥 해 놨는데 애들이 그 많은 걸 다 먹고 갔어. 얼매나 잘 먹던지. 허허!” 웃는 엄마. 하지만 잠시 쉬며 부뚜막에 걸터앉은 모습은 사뭇 짠한데... 그래도 수십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