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외출 : 군생활을 시작하며 - 추사관
두 번째 외출 : 녹색의 봄 - 오설록 티뮤지엄
세 번째 외출 : 작은 섬에서 보이는 것 - 가파도
네 번째 외출 : 희망으로 일궈낸 땅- 이시돌 목장
다섯 번째 외출 : 한여름의 서핑- 중문 해수욕장
여섯 번째 외출 : 추억 속 놀이터, 축구장- 제주월드컵경기장
일곱 번째 외출 : 특별한 맥주 한 잔- 제주맥주 양조장
여덟 번째 외출 : 시간이 멈춘 마을- 성읍민속마을
아홉 번째 외출 : 본질을 담은 건축- 본태박물관
열 번째 외출 : 동백꽃 필 무렵- 카멜리아 힐
열한 번째 외출 : 옛 시절의 중심지- 관덕정과 목관아
열두 번째 외출 : 익숙한 도시, 낯선 예술- 아라리오 뮤지엄
열세 번째 외출 : 전운이 감돌던 섬- 알뜨르 비행장
열네 번째 외출 : 벙커, 빛을 품다- 빛의 벙커
열다섯 번째 외출 : 중산간의 설국- 1100고지
열여섯 번째 외출 : 자연이 만든 조각품 - 주상절리
열일곱 번째 외출 : 겨울 밤하늘의 별-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열여덟 번째 외출 : 황금빛 오름의 여왕- 다랑쉬 오름
열아홉 번째 외출 : 용이 누운 언덕 - 용눈이 오름
스무 번째 외출 : 제주를 사랑한 예술가- 김영갑갤러리두모악 미술관
스물한 번째 외출 : 레트로, 추억과 유행 사이 - 명월국민학교
스물두 번째 외출 : 폭포가 흐르는 길을 따라- 천제연폭포
스물세 번째 외출 : 10km의 풍경화- 제주국제평화마라톤
스물네 번째 외출 : 봄바람 휘날리며- 장전리 벚꽃축제
스물다섯 번째 외출 : 봄을 칠한 길- 가시리 유채꽃축제
스물여섯 번째 외출 : 남쪽 해안가의 바위들-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스물일곱 번째 외출 : 녹색 숲, 붉은 점- 동백동산
스물여덟 번째 외출 : 제주 4·3을 기억하며 - 제주 4·3 평화기념관
스물아홉 번째 외출 : 바다의 윤곽선 위로 - 섭지코지
서른 번째 외출 : 섬
책 속으로
여행기를 목표로 삼으니 가야 할 곳이 너무나도 많았다. 허나 당시의 나는 운전 경력이 전무한 뚜벅이였고, 부대로 돌아오는 길도 헷갈려하는 신병일 뿐이었다. 갓 전입한 이등병이 여행을 다닌답시고 복귀시간을 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일단 부대 주변의 장소들부터 모색해보기로 하였다. 마침 근처의 추사관이란 곳을 발견했다.
추사, 김정희. 역사 교과서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던 이름이다. 내 기억 속에서 ‘제주도 유배’라는 키워드가 떠올랐다.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이라니. 제주에서 원치 않은 20개월을 보내게 된 상황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 동질감은 묘한 이끌림으로 이어져, 추사관은 나의 제주여행 첫 장소로 낙점되었다.
- ‘첫 번째 외출 : 군생활을 시작하며 ? 추사관’ 중에서
그리하여 가파도라는 공간은, 겉으로는 아주 미약해 보이는 존재가 사실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대한민국 지도, 아니 그전에 제주도 지도를 펼쳐보아도 가파도라는 섬은 무척이나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그 섬은, 밖으로는 무한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고 안으로는 골목 마다마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리고 있었다. 하늘 끝까지 닿는 빌딩도, 끊임없이 반짝이는 조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 화려함은 오히려 섬이 가진 잠재력을 가릴 뿐이다.
- ‘세 번째 외출 : 작은 섬에서 보이는 것 - 가파도’ 중에서
산을 오를수록 광활한 겨울 왕국이 펼쳐지니, 사람들은 굽잇길의 어지러움쯤은 잊어버린 채 유리창에 스마트폰을 바짝 붙이고 셔터를 눌러댄다. 그러나 1100고지 정류장에서 내리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찍은 사진은 모두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사방으로 펼쳐진 순백의 풍경이 아무런 장애물 없이 그대로 내 동공에 포착되기 때문이다. 내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이제껏 본 겨울의 제주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 ‘열다섯 번째 외출 : 중산간의 설국 ? 1100고지’ 중에서
이곳의 동백은 숨겨져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