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태,
언제 나와 함께
다시
복사꽃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홀로 우두커니 있는 영한에게 창문 사이로 복사꽃 잎 한 장이 날아든다. 간지러움에 문득 내다본 창밖은 분홍빛 복사꽃이 흩어지고 있다. 영한은 장롱 안 깊숙이 넣어 두었던 모자를 꺼낸다. 순태와 둘이서 봄나들이 갈 때만 쓰던, 분홍빛 깃털이 달린 하늘색 모자. 그때처럼 모자를 쓰고 담장 밖으로 두 발을 내딛는다.
혼자서는 처음으로 나선 복사꽃 길. 꽃잎은 둘이 함께하던 그날처럼 모자 위에도, 빛바랜 셔츠 위에도, 낡은 운동화 위에도 사르르 내려앉는다. 오랫동안 그래 왔던 것처럼 꽃길을 걷고, 걷고, 또 걷는다.
어느새 자글자글해진 눈가에 꽃잎이 내려앉는다. 젖은 눈가에 머물던 꽃잎 한 장 고이 챙긴 영한은 순태에게로 향한다. 혼자 아닌 둘이서 다시 복사꽃 길을 걸을 날을 꿈꾸며.
엄마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그림책 『순태』로 감동을 주었던 권영희 아동문학가가 이번에는 아빠이자 순태의 오랜 친구인 영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최유정 작가가 부드러운 색감으로 그려낸 그림이 더해져 몰입을 돕는다. 요양원에 계신 엄마 순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빠 영한의 모습에 가슴이 찡해진다. 딸의 눈으로 본 아빠의 외로움을 리듬감 있는 언어를 사용해 감각적으로 표현하였다.
화사한 분홍빛과 파릇파릇한 연둣빛이 가득한 그림에서 외로움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건 왜일까. 고운 봄날, 복사꽃은 전처럼 가득 피었지만 길 위에 혼자 서서 보는 풍경은 전과 같지 않다. 세월의 병이 부부 사이에 유리벽을 세웠을지라도 마음만은 떼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한과 저자는 여전히 순태와 함께할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 바람이 희망이 되어 슬프고 지친 마음을 다독여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요양원에 두고 돌아오는 발걸음의 무게를 느껴본 적 있다면 이 그림책이 따뜻한 위로가 될 것이다.
<머리말]>
‘영한’은 홀로 남아 요양원에 계신 엄마 순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제 아버지입니다.
언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