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마을과 냉동마을로 떠나는 여행
사방에서 푹푹 뿜어내는 열기, 얼굴에 주르륵 흐르는 땀방울. 모두가 더워! 더워! 하는 찜통마을에 주인공 찐만두 씨가 산다. 온몸으로 더위를 만끽하면서도 외출할 땐 다른 사람들이 덥지 않도록 만두피를 꼭꼭 감싸는 배려를 잊지 않는 찐만두 씨. 그런 찐만두 씨가 단무지와 간장 주스를 넉넉하게 챙겨 향한 곳은 바로 오들오들 꽁꽁 냉동마을이다. 온도도, 풍경도 전혀 다른 냉동마을의 어느 냉동집에는 찐만두씨의 할머니가 살고 있다. 반갑게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할머니의 무용담을 듣는 모습은 그 배경이 냉동집이라고 해도 무척 따듯하고 정겹다. 그런데 할머니의 집을 나선 순간, 냉동마을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딱딱… 덜덜덜…. 춥고 어두워 보이는 골목길 안쪽에서 만난 꽁꽁 언 떡들. 진짜 냉동마을 여행은 찐만두 씨의 온기로 말랑해진 떡들과 함께 그때부터 시작된다.
따끈따끈한 찐만두 씨는 찜통마을에서도 끄떡없지만, 냉동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찜통마을에서는 따끈한 열기를 맘껏 내뿜을 수 없었지만 냉동마을에서는 오히려 꽁꽁 언 친구들에게 자신의 온기를 나누어준다는 점이다. 그 온기 덕분에 꽁꽁 얼어 있던 냉동마을은 잠시 따스한 변화를 누린다. 서로 다른 온도의 존재들이 함께 어울리는 즐거운 한때. 그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몹시 따스하다.
생활 경험이 녹아든 공간, 캐릭터, 유머
주인공은 찐만두 씨지만, 이 책에는 주인공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의 조연들이 잔뜩 등장한다. 냉동만두 할머니와 가래냐옹떡은 물론이고 수수팥떡 남매들과 송편 삼총사, 미스터리깜장봉지들과 설신, 눈사람.
작가는 실생활의 먹거리를 캐릭터화하고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생활공간을 그림책의 공간으로 꾸려 내놓았다. 언제인지 냉동실에 꽁꽁 얼려 놓은 떡들, 툭툭 담아 두어 내용물이 뭔지도 모른 채 잊힌 미스터리한 봉지들, 이제는 에어프라이어가 대체했을지도 모를 찜기 등 생활의 경험이 녹아든 작가의 유머가 웃음을 유발한